손절사회/이승연/어크로스/2만1000원
주식 투자 용어였던 ‘손절’이 이제는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일상어가 됐다. 감정적 소모를 줄이기 위해 관계를 끊는 행위를 뜻하는 이 말은 요즘 청년 세대의 관계 맺기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98년생 사회학자 이승연의 신간 ‘손절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신자유주의와, 스트레스·트라우마·자존감·치유 같은 심리학적 언어로 일상과 인간관계를 해석하는 ‘치료요법 문화’의 산물로 분석한다. 경쟁과 효율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인간관계마저 투자와 평가의 대상이 됐고,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는 빠르게 정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년 세대가 외로움을 호소하면서도 동시에 관계를 스스로 줄여가는 역설적 현실에 주목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가 오히려 더 깊은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MBTI 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관계를 시작하기 전 상대의 유형을 먼저 파악해 ‘안 맞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감정 투자 자체를 차단한다. 손절로 생긴 빈자리는 인공지능(AI)이 채운다. 지치지 않고 내 말을 들어주는 AI는 ‘한없이 무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한 세태 진단에 머물지 않는다. 가장 외로운 시대일수록 사회적 연대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변화의 출발점은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작은 결심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