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한국을 찾은 젠슨 황의 손에는 낯선 물건 하나가 들려 있었다. 한 시민이 건넨 주황색 스틱, 한라봉 맛이 나는 ‘K-홍삼’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외국인들이 이 제품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기 시작했고, 한때 대표 쇼핑 품목이던 화장품 사이에 홍삼이 자연스럽게 끼어들고 있다.
‘몸에 좋은 약’으로 여겨지던 홍삼이 지금,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팔리고 있다. 맛을 바꾸고, 형태를 바꾸고, 소비층까지 바꿨다. 그 결과 홍삼은 ‘선물용 건강식’에서 ‘여행 중 사가는 간식형 아이템’으로 이동했다. 이 변화는 숫자에서도 감지된다.
17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약 6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홍삼은 여전히 상위 카테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30대의 건강기능식품 섭취 경험은 꾸준히 증가하며 소비층이 빠르게 젊어지고 있다. 일부 브랜드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등 수요의 무게중심도 바뀌는 흐름이다.
소비층이 바뀌자, 제품도 따라 움직였다. 홍삼은 이 틈에서 ‘전통 보양식’ 아닌, 기력 관리용 보조템으로 위치를 넓히고 있다.
한때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홍삼이 빠르게 젊어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과일 맛을 입힌 제품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세븐베리, 한라봉, 배, 망고 등 다양한 플레이버가 등장하면서 ‘쓰고 진한 건강식’이라는 기존 이미지가 희미해졌다.
대신 가볍게 꺼내 먹는 간식형 건기식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제품 다양화를 넘어 소비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결과다.
실제 CJ올리브영 매장에서는 스틱형 홍삼 제품을 여러 개씩 집어 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명동과 강남 주요 매장에서는 한 번에 여러 개를 담는 ‘묶음 구매’도 늘고 있다.
화장품을 고르던 동선에 자연스럽게 홍삼이 끼어드는 장면이다. 한국 여행에서 ‘건기식 쇼핑’이 하나의 코스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세븐베리, 한라봉, 망고. 지금 홍삼은 더 이상 쓰지 않다. 대신 ‘맛있는 건강템’이 됐다. 이제 홍삼은 선물용 보양식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 하나쯤 사가는 간식’, 20·30에게는 ‘피곤할 때 하나 먹는 루틴’으로 자리를 바꾸고 있다. 그렇게 홍삼은, 가장 전통적인 재료로 가장 빠르게 ‘일상 간식’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