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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아래 울리는 콕토의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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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듀오의 전설 라베크 자매 인터뷰

프랑스 전방위 예술가 장 콕토와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 그리고 전설적 듀오 명반 ‘아멘의 환상’(1970)을 낸 이후 반세기 동안 ‘피아노 듀오’로 활약한 라베크 자매의 예술세계가 4월 2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리는 ‘두 대의 피아노, 하나의 숨결’ 무대에서 하나로 엮인다. 장 콕토 영화를 원작으로 글래스가 1990년대 작곡한 세 편의 오페라를 다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으로 편곡한 ‘장 콕토 3부작’. 글래스가 라베크 자매만을 위해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새롭게 완성한 작품이다.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출신인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는 1968년 파리 ‘68혁명’의 격동기에 보장된 솔로 연주자로서 미래를 버리고 피아노 듀오를 택했다. 루치아노 베리오, 피에르 불레즈, 리게티 죄르지 등 현대 음악 거장이 앞다퉈 작품을 헌정했고, ‘랩소디 인 블루’(1981)음반은 클래식 사상 이례적인 골드 디스크(50만 장 이상)가 됐다. 지금도 로마의 유서깊은 보르자 가문 저택에 함께 거주하며 매일 새로운 악보를 탐구하는  76세의 카티아와 74세의 마리엘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

 

2019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이후 7년 만의 내한이자, 단독 리사이틀로는 2008년 이후 18년 만이다. 17일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마리엘은 “지난 방문들은 매번 저희에게 매우 특별했으며, 한국 관객들이 음악에 지닌 깊은 이해와 애정을 항상 느껴왔다”며 “남편인 세묜 비치코프도 체코 필하모닉과의 투어 후 한국 관객의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체코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비치코프는 지난해 10월 한국 투어에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전곡 역주로 ‘역대급 무대’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마리엘은 “(세묜이)특히 관객들의 젊음과 세련됨이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1부 ‘오르페’, 2부 ‘미녀와 야수’, 3부 ‘앙팡테리블’로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피아노 리사이틀의 통념을 넘어선다.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장 콕토 육성 녹음이 관객을 작품 세계로 안내하고 무대 위 거대한 샹들리에가 음악과 호흡하며 빛을 발산한다.

 

카티아는 글래스 음악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운 마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몇 개의 음표, 아주 단순한 소재로 시작해 펼쳐내는 감정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줍니다. 미니멀한 모티프 안에 섬세함이 있고, 때로는 눈부시게 비상하는 서정성도 느껴집니다.”

 

마리엘은 공연장에서 글래스의 곡을 프로그램에 넣을 때마다 돌아온 반응도 전했다. “처음엔 조심스러워하는 극장이나 기획자도 있었고, 원치 않는 관객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고집해서 글래스의 곡을 넣을 때마다 공연장을 기립 박수로 가득 채웠던 건 늘 그의 작품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의 시각적 핵심은 무대 위 거대한 샹들리에다. 카티아는 “샹들리에는 작품의 이야기 속 공간, 즉 ‘앙팡테리블’의 침실, ‘미녀와 야수’의 성, ‘오르페’의 작업실 같은 친밀하고 내밀한 분위기를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마리엘은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장 콕토의 녹음된 육성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그의 분위기와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는 예술감독 시릴 테스트의 아름다운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두 자매는 이번 내한 공연이 세계 초연(2024년 3월 파리) 이후 2년간 투어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연주라는 점도 강조했다. 마리엘은 “공연마다 공연장의 음향, 관객의 반응, 피아노의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공연은 매번 새로운 모험”이라며 “음악은 무르익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인스턴트 커피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라베크 자매의 ‘장 콕토 3부작’.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라베크 자매의 ‘장 콕토 3부작’.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반세기를 함께 무대 위에 선 비결에 대해 마리엘은 “어떻게 이렇게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저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비결 같은 건 없다. 기적이다. 핵심은 함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 연습하고자 하는 열망,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자유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둘의 음악세계는 카티아가 고음역, 마리엘이 저음역인 것처럼 개성도 다르고 음악적 직관도 다르다. 둘이 50년 이상 함께 연주할 수 있었던건 ‘같아서’가 아니라 ‘달라서’다. 마리엘은 “나는 카티아처럼 연주하려 한 적이 없고, 그녀도 나처럼 연주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성이 함께 드러날 때 피아노 듀오 음악은 더 흥미로워진다”고 말했다.

 

카티아는 “때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긴장감이야말로 진정 의미 있는 것을 이루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1968년 피아노 듀오를 결성한 이유도 단순했다. 카티아는 “저희는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었다. 솔로 커리어를 택했다면 서로 떨어져 지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음반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네, 메시앙이 영향을 끼쳤죠. 1969년 12월에 녹음했고 음반은 1970년에 발매되었습니다.”(카티아)

 

“파리 음악원에서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멘의 환상’을 연습하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바로 메시앙이었어요!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죠. 그는 저희에게 직접 연주를 들려달라고 했고, 그 첫 만남 이후 자신이 세션을 직접 지휘하는 녹음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겨우 18살과 16살이었는데, 그와 함께 첫 음반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마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