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 거울 앞, 외출을 준비하던 손길이 머리 위에서 잠시 멈춘다. 메이크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볼륨’이다. 풍성한 머리숱과 두피 상태가 외모 인상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관리의 우선순위 자체가 바뀌고 있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2년 기준 약 24만명 수준이다. 특히 2030과 여성 환자 비중이 꾸준히 늘면서, 탈모는 더 이상 특정 연령대 남성만의 고민이 아닌 ‘일상 관리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과거 ‘치료 보조 제품’으로 인식되던 탈모 케어 제품은 이제 샴푸, 세럼, 트리트먼트 등으로 세분화되며 하나의 기능성 뷰티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국내 인디 브랜드들은 빠르게 해외 접점을 넓히고 있다.
폴리페놀팩토리의 ‘그래비티’는 2024년 4월 출시 이후 약 23개월 만에 누적 생산량 185만병을 기록했다. 올해는 500만병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2026’ 프리미엄존 ‘코스모프라임’에 참가해 ‘차세대 인텔리젠트 샴푸’ 리스트에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CES 기간 아마존에서 매진된 이후 약 7만병 추가 주문을 확보했고, 월마트 등과도 입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리필드 역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얼타뷰티 온라인몰 입점을 시작으로, 4월부터 미국 내 약 600개 오프라인 매장에 순차 입점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여성 수요다. 최근 1년간 여성 고객은 약 185% 증가했으며, 올해 1월 기준 여성 비중은 81.51%까지 올라섰다. 임신·출산 이후 탈모 고민을 겪는 30~40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도 기능성 헤어케어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저스트 에즈 아이엠’은 올해 1분기 중국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80% 증가했으며, 중국 도우인 글로벌 K-헤어케어 플래그십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보에이치’는 미국 아마존 ‘빅 스프링 세일’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8149% 증가하며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역시 미국 세포라 온라인몰에 입점했고, 오는 8월부터 약 400개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흐름은 이어진다.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재팬에서는 2025년 12월 기준 헤어케어 제품군 판매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스킨케어와 색조 중심이던 K-뷰티 관심이 두피·헤어 중심 기능성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탈모 케어 시장이 이미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기능성 중심에서 시작된 제품들이 향, 사용감, 패키지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소비자들은 이를 치료 목적이 아닌 ‘루틴형 뷰티 아이템’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피도 피부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헤어숱과 두피 건강이 뷰티 소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탈모샴푸와 헤어세럼은 이제 특정 상황이 아닌 매일 사용하는 기본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