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소 뒤틀린 종교적 메시지가 담긴 합성 사진을 잇따라 올려 물의를 빚은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이 이를 가능케 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인 교황은 이날 카메룬 수도 야운데의 가톨릭계 대학교에서 행한 연설 도중 인류의 무분별한 AI 활용을 겨냥해 “양극화와 갈등, 두려움과 폭력을 부채질한다”고 성토했다. 교황은 “AI가 초래한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사용 정도가 아니라 점차 현실이 가상으로 대체된다는 점”이라며 “이는 단순한 오류의 위험을 넘어 진실 그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의 무분별한 SNS 이용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善終)으로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절차가 시작되자 트럼프는 스스로 교황의 복장을 한 이미지를 올렸다. AI가 생성한 합성 사진이었다. 실제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나는 교황이 되고 싶다”며 “그것이 나의 1순위 선택”이라고 말했는데, 가톨릭 교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트럼프가 최근 미국·이란 전쟁을 비판하는 교황을 겨냥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는 형편없다”며 폭언을 퍼부은 직후 그의 SNS에는 스스로를 예수로 묘사한 이미지가 게시됐다. 흰옷에 빨간색 천을 걸친 트럼프가 누워 있는 환자의 이마 위에 손을 얹고 병을 낫게 하는 모습의 합성 사진이었다. 성경 속 예수의 기적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은 물론 개신교에서도 ‘신성 모독’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보수 기독교 신자들마저 등을 돌리자 당황한 그는 결국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안 지난 15일 트럼프는 또 예수 관련 합성 사진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예수가 트럼프의 어깨를 감싸고, 감격한 얼굴의 트럼프는 그런 예수 품에 얌전하게 안긴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SNS에 올린 것이다. 그러면서 “급진적인 좌파 광신도들은 이것을 싫어할지 모르지만, 난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적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독교인들을 ‘좌파 광신도’라고 매도한 셈이다.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바티칸 교황청과 백악관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교황이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그리고 이란을 겨냥한 군사 공격 등을 잇따라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불러 “교황과 가톨릭 교회는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