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을 앞두고 삼성의 가장 큰 강점은 타선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팀 타율 2위(0.271), 팀 OPS 1위(0.780)이었던 삼성의 강타선에 불혹을 훌쩍 넘기고도 리그 최고의 생산력을 뽐내는 최형우가 FA로 합류했기 때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이 통합우승 4연패를 하던 ‘왕조’ 시절 부동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최형우가 2017시즌에 KIA로 이적한 이후 9년 만에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스토리까지 완벽했다.
그런데, 현재 삼성 타선엔 ‘캡틴’ 구자욱도, 지난 시즌 타격 3위(0.331)에 오르며 정상급 외야수로 거듭난 김성윤도,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연타석 쓰리런을 터뜨렸던 김영웅도 없다.
그래도 삼성 타선은 거칠 게 없다. 이유는 하나. 백업 선수들이 주전들의 자리를 완벽히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 아니다. 경기마다 돌아가며 주인공이 바뀐다. 18일 대구 LG전에서의 주인공은 ‘김영웅 백업’ 전병우였다. 이제는 김영웅이 돌아와도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전병우의 방망이는 뜨겁다. 이 대신 잇몸이라더니, ‘잇몸 라이온즈’가 시즌 초반 선두 질주의 비결이다.
전병우는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와의 홈 경기에서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7연승을 달리며 시즌 성적 12승1무4패, 승률 0.750으로 KT(13승5패)에 승률에서 앞선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전병우의 타격감은 시작부터 좋았다.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임찬규를 상대로 이날 삼성의 첫 안타를 때려내며 방망이를 예열했다.
0-0으로 3회까지 이어지던 투수전 흐름은 삼성이 4회 공격에서 2번 이재현부터 5번 류지혁까지 연속 4안타를 때려내며 2-0 리드로 변했다. 무사 1,2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전병우. 평소 전병우의 타격감이었다면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드는 게 병살의 위험도 줄이고, 한 점을 더 추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작전이었겠지만, 박진만 감독은 강공을 지시했다.
시즌 타율 4할의 전병우를 믿은 작전이었고, 전병우는 그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내며 박진만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볼카운트 3B-1S에서 임찬규의 141km짜리 바깥똑 코스의 직구를 밀어쳤고, 이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이 됐다. 순식간에 전광판의 점수는 5-0으로 벌어졌고, 전병우의 홈런 한 방에 승기를 삼성 쪽으로 확 기울었다.
전병우의 최근 타격 페이스는 그야말로 뜨겁다 못해 불타오를 지경이다. 10일 NC전을 끝으로 김영웅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이후 11일 NC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병우의 4월 타율은 무려 0.433(30타수 13안타)에 달한다. 8경기 연속 안타를 통해 시즌 타율도 0.419이고, 득점권 타율은 무려 0.500이다. 이날 마수걸이포로 똑딱이가 아니라 일발장타로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다.
시즌 전 구상만 해도 전병우는 2루와 3루를 오가는 ‘슈퍼백업’이었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김영웅이 돌아와도 박진만 감독은 라인업을 적을 때 고민을 해야하는 지경이다.
다만 전병우는 겸손한 모습이다. 중계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히 주전 생각은 1도 안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라며 김영웅의 복귀 후에 이어질 주전 경쟁에 대해 손사래 치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공포의 4할타자’가 된 전병우. 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2차 3라운드 28순위로 지명받았으니 어느덧 10년차가 넘은 베테랑이다. 데뷔 이래 항상 백업, 준주전에 그쳤던 전병우에게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듯 하다. 지금이 전병우의 전성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