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의 목적지는 더 이상 바다만이 아니다. 이제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움직인다.
예전처럼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라, 처음부터 카페를 찍고 길을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제 여행은 카페를 중심으로 동선이 짜이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관광 데이터에서도 감지된다.
19일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과 소셜데이터 분석에서도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목적지형 여행’이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여행 목적이 다양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숙박보다 경험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행 동선은 카페 한 곳을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를 묶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간 자체가 소비의 이유가 되면서,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어디에 머무느냐’가 선택 기준으로 올라온 모습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머무는 구조’가 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전시·체험·건축 요소를 결합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단순 방문이 아닌 ‘시간을 쓰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테라로사 강릉 본점은 카페와 커피 공장, 온실을 한 공간에 결합했다. 방문객은 로스팅 설비를 직접 보고, 온실에서는 커피나무가 자라는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마시는 행위’가 ‘이해하는 체류’로 확장된 구조다.
이곳에서는 강릉권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커피기정’ 같은 한정 메뉴도 운영된다. 특정 장소에서만 가능한 소비가 방문 이유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최근 강릉 동해안 일대는 카페를 중심으로 이동 동선을 짜는 여행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 앞 할리스 매장도 비슷하다. 바다 전망에 더해 내부를 갤러리형 구조로 바꾸면서, 커피와 전시를 함께 소비하는 형태를 만들었다. 단순 이용이 아닌 ‘머무는 시간’을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다.
전통 요소를 결합한 카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역의 문화와 결합되면서, 공간 자체가 하나의 관광 장면으로 작동한다.
경주 황리단길 인근에 위치한 테라로사 경주점은 한옥 구조를 활용한 사례다. 기와지붕과 목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식으로 구성했다. 경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블렌드 커피와 전통 디저트를 함께 운영하며, 공간과 메뉴 모두 지역성에 맞춰 설계됐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내 할리스 한옥마을점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한옥 외관과 공원 전망이 결합되면서, 계절 변화 자체가 소비 요소가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한국적인 공간’을 경험하기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가 문화시설과 결합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전시나 공연의 앞뒤 시간을 채우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체류 동선을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내 테라로사 매장은 최근 리뉴얼을 통해 바(Bar)를 중심에 배치했다. 커피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관람 전후의 흐름을 끊지 않는 구조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이디야 매장들도 차 중심 공간, 디저트 특화 공간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전시와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망을 앞세운 카페 역시 여행 동선을 바꾸고 있다. 특정 장면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경기도 김포 애기봉생태공원 내 스타벅스 매장은 북한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입지로 알려지며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카페 방문이 아니라 ‘장면을 보기 위한 이동’으로 성격이 바뀐 사례다.
강원 춘천 구봉산에 위치한 투썸플레이스 역시 의암호와 시내 전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구조로, 노을과 야경 시간대 방문이 집중된다.
결국 지금 여행은 ‘어디를 갈까’가 아닌 ‘어디에 머물며 시간을 쓸까’를 먼저 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