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이좡의 퉁밍후 공원.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시작해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지켜본 1회 대회와 한마디로 비교하자면 ‘괄목상대(刮目相對)’였다. 출발하자마자 중심을 잡지 못해 쓰러지거나 진행 요원에게 끌려가던 로봇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옆의 다른 코스로 달리는 인간 마라토너를 추월해 폭발적인 속도로 질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규모와 질적 수준의 비약적인 동반 상승이다. 지난해 21개에 불과했던 출전팀은 1년 만에 5배가 늘어난 105개 팀(중국 100개, 해외 5개)으로 확대됐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주요 대학 연구팀은 물론 유니트리와 같은 중국 로봇 산업을 이끄는 기업과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 등 80여 곳이 총출동했다.
기술적 관전 포인트는 ‘원격 제어’에서 ‘자율주행’으로의 진화였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출전 로봇이 3명의 인간 엔지니어와 한 팀을 이뤘고, 로봇 뒤에 인간 엔지니어가 따라다니며 리모컨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원격 제어 형태로만 경기가 이뤄졌다. 이에 휴머노이드 마라톤이 아니라 ‘로봇 조종 대회’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주최 측은 올해 자율주행 모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규칙을 대폭 손질했다. 원격 제어 그룹에는 주행 기록에 1.2배의 가중치(페널티)를 부여해, 오로지 로봇 자체의 센서와 시스템만으로 뛰는 자율주행 팀이 기록 싸움에서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전체 참가팀 중 42개 팀이 사람의 개입 없이 자체 센서 시스템에 의지해 달리는 자율주행 모델로 출사표를 던졌다.
코스는 아스팔트 평지뿐만 아니라 가파른 오르막, 자갈길, 잔디밭 등 10종의 도로 환경과 22곳의 좌우 회전 구간이 배치됐다. 자율주행 로봇들은 이 코스를 스스로 인지하고 관절의 토크(힘)와 균형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통과해야 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뎬’이 치고 나가는 모습은 현장에 모인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산뎬은 인간 마라토너들을 가볍게 제치며 마치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질주했다. 아너는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로 시작해 2020년 미국의 제재 압박 속에 독립한 기업으로, 전자기기 제조 대기업이 로봇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뎬을 훈련시켜 출전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자율주행 그룹 우승을 차지한 ‘치톈다성’ 팀의 산뎬은 21.0975㎞의 하프 코스를 50분26초 만에 완주했다. 이는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6분20초)을 6분 이상 앞당긴 수치다. 원격 제어 그룹에서 가장 빨리 들어온 ‘포펑산뎬’ 팀도 산뎬이었다. 포펑산뎬 팀의 기록은 48분 19초로 더 빨랐으나, 1.2배의 시간 페널티를 적용받아 최종 우승은 자율주행 팀에 돌아갔다. 지난해 우승 기록이 2시간40분대였음을 고려하면 1년 만에 2시간 가까이 기록을 단축한 셈이다.
자율주행부문 2위(레이팅산뎬·50분56초)와 3위(싱훠랴오위안·53분01초) 팀도 산뎬으로 출전했다. 신장 169㎝의 산뎬은 고유의 운동 제어 시스템을 탑재해 고속 질주 중에도 90도 커브와 자갈길 등 10종의 복합 지형을 안정적으로 주파했다. 아너의 또 다른 로봇 ‘위안치자이’ 역시 ‘최고의 자세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증명했다.주최 측은 “지난해에는 ‘뛸 수 있는 로봇’을 증명했다면, 올해는 ‘스스로 판단해 완주하는 로봇’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