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11일 서울·인천·경기·강원·대전·충북·충남·부산·경남 9곳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7234명(40대 1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3 지방선거에서 여당 지지를 택한 40대 비율이다. 전체 응답자의 53%는 여당, 34%는 야당을 선택했다.
40대의 높은 여당 지지를 두고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노무현 경험’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고 본다. 문재인정부 후반기 부동산 정책 실패 때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했던 40대가 다시 여권으로 돌아선 데에는, 부동산과 경기, 자산 문제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 키즈’ 40대의 공통 기억
40대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중반 출생으로, 2002년 대선 당시 20대 청년 세대였다. 이들은 노무현 후보의 ‘돌풍’을 이끌며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후보를 꺾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20대의 노 후보 지지율은 MBC 조사로는 59.0%, KBS 조사로는 62.1%에 달했다. 시간이 흘러 이들이 지금의 40대가 됐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40대는 2002년 노무현 돌풍을 이끌며 대선 승리를 경험한 ‘노무현 키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그리고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을 함께 겪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통화에서 “40대가 586세대처럼 학생운동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시민사회 운동을 통해 일종의 ‘코호트’(동년배 집단)가 형성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적 기억은 분명 40대의 성향을 형성한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의 부상과 몰락,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을 관통하며 경험한 공통의 정치 체험이 이 세대를 민주당에 우호적인 층으로 묶어 세웠다는 것이다.
◆“‘盧’만으로 40대 與지지 설명 부족”
전문가들은 공통의 정치적 기억만으로 최근 40대의 높은 여당 지지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경제활동과 자산 형성의 중심에 있는 40대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 부동산과 경기, 세금, 교육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이라는 점에서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는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0대가 노무현의 영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70%에 가까운 여당 지지성향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40대는 상황에 따라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경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정부 후반기다. 집값 급등과 부동산 정책 혼선이 이어지던 시기, 수도권 신도시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40대 민심이 흔들렸고 이는 선거 결과로도 이어졌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17개의 자치구, 경기도에서는 22개의 자치구를 석권했다. 성남시, 용인시, 고양시, 안산시, 광주시 등 대단위 신도시 아파트가 자리한 지역에서 국민의힘 시장들이 배출됐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도 확인된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승리한 선거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오 시장은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40대의 경우에도 오 시장 48.3%, 박 후보 49.3%로 두 사람 간 격차는 단 1%포인트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재보선 두 달 전에 일어난 ‘LH 투기 사태’ 이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이 높아진 점이 오 후보 승리 배경으로 거론됐다.
이번 조사에서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본 응답이 전체 50%였지만, 40대에서는 61%로 더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40대의 우호적 반응이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로 연결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국내 주식시장이 급상승세를 보인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을 갖고 있는 40대는 315만명으로 50대(333만명)에 이어 두 번째였다.
국민의힘이 마땅한 정책적 이슈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40대가 강고한 민주당 지지를 하고 있는 이유로 지적된다. 조귀동 민 정치컨설팅 전략실장은 “(보수진영이) 박근혜 대통령 시절 ‘경제민주화’이후 마땅한 정책담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10년간 이러고 있는데 누가 진영을 지지하겠느냐. 특히 민주당을 지지한 계층들이 더 움직일 동인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