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충남 천안 삼룡동 ‘동문 디이스트 파크시티’ 착공식. 인사말을 시작한 천안시 삼룡동 파크시티 지역주택조합 구홍민 조합장은 하늘을 응시하며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큰 박수와 함께 “괜찮아”를 외치는 조합원들의 응원이 터져 나왔다.
이날 열린 착공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11년을 버텨낸 사람들의 ‘눈물의 기록’이었다.
구 조합장은 인사말을 이어가다 여러 차례 말을 멈췄다. 갈등과 좌절,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목이 메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자 앞줄에 앉은 조합원들도 고개를 떨궜다. 누군가는 눈물을 훔쳤고, 누군가는 두 손을 꽉 쥔 채 무대를 바라봤다. 현장을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도 조합원들을 바라보다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현장에는 조합원과 관계자 등 300여 명이 모였다. 축포가 터졌지만 더 크게 남은 것은 환호가 아닌 안도의 눈물이었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흔들렸다. 조합장은 두 차례나 바뀌었고 토지 문제와 자금난, 내부 갈등이 겹치며 한때 좌초 직전까지 몰렸다.
전국적으로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분쟁과 지연, 무산이 반복되는 구조다. 삼룡동 파크시티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실하게 운영됐던 조합 사무실은 1년치 월세가 밀리고 용역비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합원들은 자책과 포기, 주변의 질책 속에서 시간을 버텨야 했다.
구 조합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막막함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업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 구성된 조합 집행부를 신뢰한 토지주는 잔금이 완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토지 사용을 허락했다. 설계사와 업무대행사 역시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인허가 등 제반 업무를 지원했다.
조합 내부에서는 ‘포기 대신 정리’를 선택했다. 큰 문제를 쫓기보다 눈앞의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갔다.
조합원으로 참여했다가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조합 재건에 나선 구 조합장은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고 마음먹었다”며 “화장실 청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전환점은 찾아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문진석 의원은 조합 측으로부터 “사업 장기화로 조합원 피해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 이를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천안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과 협의를 이어가며 행정적 지원의 길을 열고 제도적 보완 가능성까지 검토했다.
조합 관계자는 “그때부터 막혀 있던 문제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11년이라는 시간이 ‘첫 삽’으로 이어졌다.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민 사람들이 만든 결과였다.
한 조합원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솔직히 중간에 포기하려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끝까지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룡동 ‘동문 디이스트 파크시티’는 단순한 사업 재개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장기 표류 중인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 ‘그래도 가능하다’는 하나의 답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구 조합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제는 서로 믿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박수가 이어졌고, 그 박수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