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 시장의 영원한 ‘소울푸드’인 치킨 업계에 지각변동이 몰아치고 있다.
20일 엠브레인 구매딥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치킨 업종의 최근 1년(지난해 3월~올해 2월) 구매 추정액은 3조2498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3월~지난해 2월까지의 구매 추정액 총 3조2387억원보다 소폭 오르면서, 시장이 다소 정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올해 1~2월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구매 추정액은 5221억원에서 5019억원으로 줄었다.
치킨 시장은 배달 플랫폼의 성장과 야식 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꾸준히 파이를 키워왔다. 하지만 치킨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과 외식 카테고리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전체 수요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치킨 업종의 비슷한 전체 구매 추정액을 볼 때, 현재 시장은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시대에서 남의 고객을 뺏어와야만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정체 속에서 브랜드 간의 명암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엇갈린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부동의 상위권을 유지하던 BBQ의 하락세다. 올해 1~2월 누적 구매 추정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7%나 감소했다고 엠브레인은 설명했다. BBQ에서 나온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 전체로 흩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통적 라이벌인 bhc치킨과 교촌치킨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굽네치킨이나 푸라닭, 심지어 가성비를 앞세운 가마치통닭으로까지 발길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2월 구매 추정액 기준 굽네치킨이 전년보다 35.4% 상승했고, bhc치킨도 같은 기간 24.9% 오른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대적으로 ‘빅 브랜드’는 아니었던 가마치통닭의 구매 추정액이 13.7% 뛰어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과거보다 낮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엠브레인에 따르면 bhc치킨의 성장을 뒷받침한 핵심 동력은 30대 소비층이었다. 굽네치킨의 가파른 상승 곡선 뒤에는 의외의 ‘실버 파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엠브레인의 데이터 분석 결과 60대 이상의 소비층에서 굽네치킨 선호도가 상승했다.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 기름기를 뺀 조리 방식이 건강을 생각하는 고령층 니즈와 정확히 맞물린 결과다. 치킨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메뉴임을 고려할 때, 특정 연령층을 공략한 타겟팅이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된 셈이다.
교촌치킨도 구매액이 소폭 감소(-2.1%)하며 정체기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상위권 자리를 지켜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 가마치통닭의 10위권 진입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성비 모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가마치통닭은 2023년 1분기부터 성장했다”며 “2024년 1분기에 가장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브랜드의 구매액 상승이 치킨 판매 가격 인상에 따른 착시 효과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단가가 높아졌으니 매출액도 당연히 따라 올라간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다. 이에 엠브레인은 실구매 데이터 정밀 분석에서 매출이 늘어난 브랜드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주문 건수 자체가 함께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자체는 금요일과 주말 저녁이라는 고전적인 틀에 고정됐다. 금~일요일 구매액이 전체의 54%를 차지하며, 오후 5시부터 10시 사이 매출 비중은 70%를 웃돈다. 시간과 요일이라는 물리적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소비자가 선택하는 브랜드의 이름만 급격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관성에 의해 치킨을 주문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트렌드에 부합하거나 건강을 고려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등 확실한 ‘대체 이유’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