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두 달도 채 남기지 않고 8박10일 미국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지방선거를 위한 방미였다”고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을 직접 반박했지만 당 안팎의 역풍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의 외교 실책을 바로잡기 위한 행보였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누구를 만나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비공개”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귀국 직후 곧바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해 선거를 앞두고 당내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어렵게 방미를 결정한 것은 이재명 정권의 잇따른 외교 참사로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야당이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을 가지고 국민께 평가받는 것, 그것이 지방선거의 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방문이 단순 외유가 아니라 선거 국면에서 야당 대표로서 불가피한 외교 행보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방미 성과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의견을 들었고, 우리 입장도 충실하게 전달했다”며 “미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흔들리는 한·미동맹을 지탱할 신뢰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의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제가 직접 미국과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에서 어떤 인물을 만났는지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진 않았다. 그는 방미 기간 면담한 미 국무부 차관보의 이름과 면담 내용,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인사 접촉 여부에 대해 “누구를 만났는지, 그리고 직급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비공개를 전제로 현안 브리핑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외교 관례상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 공천 잡음 등을 계기로 한 사퇴 압박에 대해서도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 대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미 성과의 실효성 등을 놓고 당 안팎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정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수답 방미”라며 “거의 바람 쐬러 가듯이 갔다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무 감사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대표도 “미국이라는 주요 우방국에 갈 때는 갈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정당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잘못된 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장 대표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보령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를 겨냥해 “보도상으로는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고 하는데 누구를 만났나 봤더니 뒷모습만 나온다”며 “국민의힘식 표현으로 말한다면 외교 참사”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의 이날 현장방문에는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를 비롯한 충남 지역 기초단체장 출마자들도 함께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새벽에 귀국한 뒤 곧바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본격적인 지방선거 채비에 나섰다. 장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한 전 대표 지원을 위해 부산에 거처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진종오 의원에 대해 당무감사실 차원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장 대표가 귀국 첫 지시로 진상조사를 꺼내든 것은 부산 북갑 무공천을 둘러싼 당내 혼선을 잠재우고, 서둘러 지방선거 교통정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진 의원은 장 대표의 진상조사 지시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부산에 간다. 더는 뒤를 돌아보며 걷지 않겠다”며 한 전 대표 지원 의사를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