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역 인근에서 만난 주부 A(52)씨는 자전거 거치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A씨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안장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녹슬어버린 자전거 3대가 놓여 있었다. 자전거 사이사이에는 비닐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엉켜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A씨는 “거치대가 지저분하니까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인도에 자전거를 세워놔 통행을 방해하는 것 아니겠냐”며 “지자체에서 제대로 관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지하철역 주변 보행로가 무분별하게 주차된 자전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전거 보관소가 방치된 자전거로 인해 사실상 ‘자전거 무덤’이 되자, 이를 피해 자전거를 보행로나 가로수 옆에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그 결과 보행로가 좁아지고 쓰레기 투척 문제까지 발생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로구 대림역 4번 출구 앞 자전거 보관소 역시 주인 잃은 자전거와 생활 쓰레기가 가득했다. 자리를 찾지 못한 자전거와 오토바이 수십 대는 보관소 대신 인도 펜스와 가로수 사이를 점령했다. 그 위로 걸린 ‘자전거 주차 금지’ 현수막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대림역 인근 상인 B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경고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들어찬다”며 관리 소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학생 C씨도 “공사 구간이라 통행로가 좁아진 데다 자전거까지 세워 놓으니 신경 안 쓰고 걷다 보면 치마가 쓸려 더러워지는 일이 종종 있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인도에 자전거를 세우는 시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탄다는 40대 D씨는 “거치대에 자리가 없으니 펜스 옆에 세울 수밖에 없다”며 “방치된 자전거부터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수거된 자전거는 총 1만4466대다. 2023년에는 1만4093대, 2024년 1만4763대, 2025년 1만4466대로 매년 1만4000여대 안팎이 꾸준히 수거되고 있다. 현재 방치 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된다. 현장에서 방치 자전거로 판단되면 경고장을 부착하고, 10일 이상 이동하지 않을 경우 수거 절차를 밟는다. 이후 약 한 달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매각·폐기·기증 등의 방식으로 처분한다.
문제는 현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공서 인근은 경고장이 비교적 잘 발견되지만, 그 외 지역은 자전거가 녹슬고 쓰레기가 쌓여 있어도 경고장조차 붙지 않은 사례가 허다했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당 2∼3명의 현장 인력이 서울 전역을 점검하기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며 인력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행정적 한계도 이유로 거론된다. “법적으로 거치대 이용 기간에 제한이 없고 ‘방치’의 기준도 주관적이어서 사유재산인 자전거를 함부로 처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치 자전거로 인한 시민 불편이 커지자 각 자치구는 지속적인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역 주변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 최근에도 현수막 설치와 순찰을 진행 중”이라며 “방치 자전거 관리와 관련한 점검을 계속해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