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좌석에 놓인 지갑을 깔고 앉은 뒤 이를 가져간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6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행동만으로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21일 창원지법 형사5-2부(한나라 부장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 CCTV 속 ‘수상한 움직임’... 1심은 유죄 인정
A씨는 2024년 8월 29일 오후쯤 경남 김해시의 한 버스 안에서 현금 20만 원이 든 지갑을 습득해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좌석에서 엉덩이를 들썩이거나 양손을 번갈아 엉덩이 쪽에 넣었다 빼는 장면이 담겼다. 또한 손으로 가방을 옮기고 쓸어내리는 행동도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자리에 앉기 전 이미 지갑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치우지 않고 깔고 앉은 점, 그가 일어난 뒤 지갑이 사라진 점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 2심의 반전... “결정적 증거 없고 동기 불분명”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영상 속에 A씨가 지갑을 직접 집어 드는 장면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변 승객에 대한 추가 조사나 목격자 진술이 확보되지 않은 점도 무죄 근거가 됐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까지 “지갑을 본 적도, 가져간 적도 없다”며 일관된 진술을 유지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갑이 큰 금전적 가치가 있지 않은데, 손주 돌보미로 활동하며 범죄 전력이 없는 A씨가 처벌 위험을 감수하며 이를 훔칠 동기가 희박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입었던 반바지와 지참한 도시락이 불편해 몸을 움직였다는 A씨의 해명도 수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