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움을 받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향해 브라질이 강력한 연대 의지를 밝혔다. 브라질은 남아공과 더불어 G20 회원국인 동시에 신흥국 모임 브릭스(BRICS)의 핵심 구성국이기도 하다.
2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하노버를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의 독단을 성토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오는 12월 14∼15일 의장국인 미국의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인데, 트럼프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만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는 남아공을 G20 회원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룰라는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남아공은 반드시 플로리다에 함께해야 한다’는 권고를 했다”고 소개했다. “남아공은 G20 창립 회원국”이라고 전제한 룰라는 “만약 남아공이 오늘 G20에서 쫓겨난다면, 내일은 독일이 쫓겨날 것이고, 브라질도 언젠가 쫓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메르츠를 향해 “남아공의 G20 참여를 위한 압력 행사에 독일 정부도 함께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사이가 멀어진 나라가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남아공은 사정이 가장 딱하다. 트럼프는 취임 초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를 인용해 “남아공에서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미 수도 워싱턴 주재 남아공 대사는 2025년 3월 국무부에 의해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돼 본국으로 쫓겨났다.
같은 해 5월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라마포사는 트럼프에게 비난만 듣고 정작 대화는 해보지도 못한 채 백악관을 나서야 했다. 당시 트럼프는 라마포사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남아공의 흑인들이 백인 농부들을 겨냥해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지른 증거”라고 압박했다. 라마포사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트럼프는 들은 체도 안 했다. 미 언론이 취재한 결과 트럼프가 제시한 자료는 남아공 실정과는 무관한 짜깁기 영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남아공에 대한 트럼프는 증오는 가시지 않아 백악관은 2025년 11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했다. 그리고 미국이 의장국을 맡은 올해 G20 정상회의에선 아예 직권으로 남아공 참여를 봉쇄하려는 것이다.
남아공은 어떻게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라마포사는 1년 넘게 공석이던 주미 남아공 대사 자리에 최근 룰프 마이어(78)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다. 백인인 마이어 대사는 남아공이 아직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차별) 제도를 유지하던 1970년대 말∼1990년대 초 정계에서 활약한 구세대 인물이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지하는 백인 보수 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냈는데, 남아공 정부는 바로 이 점이 트럼프와 통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