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그들만의 축제’가 될 뻔했다. 자본의 논리에 가로막힌 중계권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가대표 경기를 보려면 이제 돈부터 내야 하느냐”는 국민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안방극장을 지켜온 ‘보편적 시청권’이 거대 자본의 장벽 앞에 무릎을 꿇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한국 미디어 시장은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중계권을 거머쥐었던 JTBC와 공영방송 KBS가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으며 ‘독점’ 대신 ‘공존’을 택한 것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악재 속에서도 140억원의 적자를 감수한 KBS의 결단과, 명분을 위해 실리를 택한 JTBC의 전략적 후퇴가 맞물린 결과다.
사실 이번 합의는 지난 2월의 ‘뼈아픈 학습효과’가 낳은 산물이기도 하다. 앞서 JTBC는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며 재판매를 시도했으나 협상은 결렬됐고, 결국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개막식 시청률은 1.8%에 그쳐 지상파 3사가 중계했던 직전 대회의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자본의 독점이 축제의 열기마저 식게 만든다는 서늘한 경고장이 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볼 권리’를 되찾았음에도 정작 대표팀을 향한 ‘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토요일 밤 11시라는 황금 시간대에 열린 코트디부아르전(0-4 패) 합산 시청률은 4.7%에 그쳤고, 이어진 오스트리아전(0-1 패)은 1.1%까지 추락했다. OTT 시청층을 고려하더라도 전 국민적 관심을 받던 과거와 비교하면 사실상 ‘시청 거부’에 가까운 수치였다.
현장의 냉기는 더욱 노골적이다. 수년간 이어오던 홈 A매치 ‘흥행 불패’ 신화는 이미 깨졌다. 지난해 6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전 관중은 4만여 명에 그치더니, 10월 파라과이전은 ‘축구 성지’ 서울임에도 정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2만2206명에 불과했다. 축구계는 이를 단순한 성적 부진을 넘어선 ‘민심의 이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위기감 속에 타결된 140억원 규모의 중계권 합의는 ‘홍명보호’에게는 마지막 기회이자 거대한 압박이다. 이제 국민들은 리모컨만 누르면 언제든 ‘홍명보호’의 일거수일투족을 무료로, 엄격하게 감시할 준비가 됐다. 선임 과정의 정당성 논란과 경기력을 향한 의구심은 여전히 홍명보 감독이 짊어진 무거운 짐이다.
정부의 질타와 방송사의 출혈까지 감수한 이번 합의는 역설적으로 한국 축구를 향한 국민의 애정이 여전히 ‘뜨겁다’는 증거다. 국민은 ‘볼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방송사는 적자를 감수하며 그 문을 열었다. 이제 공은 ‘홍명보호’의 피치 위로 넘어왔다. 어렵게 되찾은 안방극장의 축제가 ‘채널 돌리기’라는 냉소로 막을 내리지 않도록, 서늘한 민심을 실력으로 돌려세워야 한다. 이번 월드컵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홍명보호’에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