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님 키가 몇이에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주식 공부 진짜 해요?”
질문이 끝날 줄 몰랐다. 아이돌 걸그룹 에스파보다 프로 선수가 더 좋다는 주니어 골퍼들이 오전 9시 라운드를 앞두고 선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21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우리금융 드림라운드’가 열렸다.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23~26일, 총상금 15억원)을 앞두고 타이틀 스폰서 우리금융이 프로암 대신 마련한 행사다. 전국 골프 특성화 초등학교 4~6학년으로 구성된 꿈나무 72명이 프로 선수 36명과 짝을 이뤄 코스를 함께 돈다.
드림라운드에 앞서 조 편성 시간이 마련됐다. 오늘 하루를 함께할 프로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눈을 맞추고 어색한 인사를 건네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다. 일종의 ‘사전 탐색 시간(?)’.
질문들은 꽤나 다양했고, 프로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30조 박예은(아름초 5)·허예서(국제초 5) 양은 같은 조 김재호 프로에게 “민초파예요?”, “야구는 어디 팬이예요?” 야무지게 물었다. 그러고는 사회자를 향해 “우리 프로님은 민초파예요, 롯데자이언츠 팬이래요!”라며 자신 있게 외쳤다.
우리금융 대회답게 재테크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23조의 김우혁(산성초 5) 군은 김학형 프로가 주식 공부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25조 오준혁(대장초 5) 군은 “(김백준) 프로님 연봉이 10억이래요!”라며 당당하게 외쳐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조 이름도 심상치 않았다. 1조 최민철 프로를 요즘 잘나가는 배우 구교환을 닮았다며 ‘우린 구교환 그룹’이라 지은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21조 권성열 프로 조는 당당하게 ‘프로는 거들 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MZ를 넘어선 초딩 파워였다.
멀리 부산에서 새벽 2시에 집을 나선 아이도 있었다. 최연재(송도초 6) 양은 전날 밤 설레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TV 속 선수가 바로 옆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날은 특별했다.
선수들도 달라졌다. 이틀 뒤 본 대회를 앞둔 긴장감은 잠시 내려놨다. 아이들 앞에서는 어느새 코치처럼 움직였다. 두 아이의 아빠인 이정환 프로는 샷 하나하나에 박수를 보냈고, 미스샷이 나오면 “괜찮아, 괜찮아”라며 먼저 다독였다.
박은신 프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투어 무대에서 무표정하게 스코어카드를 적던 손이, 이날만큼은 아이들 어깨를 두드리는 데 더 바빴다.
골프 대회 전날이면 으레 프로암이 열린다. 기업 VIP나 스폰서 관계자들이 프로 선수와 함께 코스를 도는 자리다. 우리금융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자리를 골프 꿈나무들에게 내줬다.
이날 필드에서 가장 큰 소리로 웃은 건 선수도, 캐디도 아니었다. 골프백만 한 열두 살 VIP들이었다.
드림라운드는 하루짜리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프로’로 향하는 첫 걸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