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특화 제조 공정에 산업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접목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격한 인력 감소와 고위험 작업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게임 체인저’로 로봇을 낙점한 것이다. 단순 기술 시연 수준을 넘어 실제 공장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기 위한 테스트베드(시험용 장치) 구축과 국가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는 23일부터 국내 최초로 지역 자동차 부품 업체인 에스엘(SL)의 생산 공정에 ‘이동형 양팔 협동 로봇’을 투입해 실증을 시작한다. 그동안 연구실 안에서만 머물던 첨단 로봇 기술이 실제 제조 공장 라인에 직접 배치되는 첫 사례다.
투입되는 로봇은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이 총괄 지원하고 에스엘과 로봇 전문 기업 뉴로메카가 공동 개발했다. 기존 단일 팔 로봇이나 고정형 장비와 달리, 휴머노이드 기술의 정수로 불리는 ‘양팔 협업’ 기능을 갖췄다. 시 관계자는 “사람의 팔처럼 정교하고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해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은 기판 외형 가공 공정에 배치된다. 작업물 이송부터 장비 안착, 부산물 분리 배출, 완제품 보관에 이르기까지 공정의 전 과정을 전담 수행한다. 시는 이번 실증을 통해 공정 효율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 제조업의 고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경남도는 제조업의 핵심 부품이지만 작업 난도가 높아 ‘자동화의 난제’로 불리던 ‘정밀 전장배선(Harness) 조립’ 공정에 로봇 기술을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느다란 전선을 복잡하게 엮어야 하는 하네스 조립은 그간 숙련공의 수작업에 의존해 왔지만 이를 양팔 로봇의 정밀 제어 기술로 해결해 지역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문 시스템 통합(SI) 기업 40개 육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바탕으로 ‘피지컬AI 기반 휴머노이드 제조혁신 시범지구’ 조성에 착수했다. 자동차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클러스터 구축이 핵심이다. 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3지구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이를 실제 가전과 자동차 양산 라인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올해 제조로봇 ‘이니셔티브’와 ‘스마트공장 종합지원’ 사업을 통해 도내 중소 제조기업의 로봇 도입을 집중 지원한다. 인력난이 심각한 사출 성형, 금속 가공 등 뿌리 산업 공정이 주요 타깃이다.
지자체들의 시선은 정부가 추진하는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으로 향하고 있다. 지역 주력 산업에 특화된 로봇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차원의 예산과 세제 혜택 등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 원장은 “그동안 연구실에만 머물던 휴머노이드 기술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방 제조 현장의 필수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며 “로봇 도입 여부가 향후 지역 제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