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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물류센터 사망 사고, 대화 없는 평행선이 비극 불러”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에서 집회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대체 투입된 화물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생존 조합원은 “경찰의 강제 해산 직후 열린 통로로 차량이 멈추지 않고 진입하면서 사고가 났다”고 증언했다.

 

서영인 화물연대 전남본부 여천 컨테이너지부장이 진주 집회 당시 조합원이 숨진 사고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영인 화물연대 전남본부 여천 컨테이너지부장이 진주 집회 당시 조합원이 숨진 사고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배송 기사가 휴무 시 대체 차량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대차 비용’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1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0시32분쯤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2.5t 탑차가 집회 참가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화물연대 전남본부 소속 50대 조합원이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다른 조합원 2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 목격자인 서영인 여천 컨테이너지부장은 사고 직전 경찰이 연좌 농성 중이던 조합원 약 40명을 강제로 밀어내며 차량 출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서 지부장은 “경찰이 우리를 밀어내자마자 대기하던 대체 차량이 그대로 밀고 나왔다”며 “앞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멈출 줄 알았는데, 차량은 우리를 향해 그대로 진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탑차 운전자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의 고의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한편 집회 관리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 집회의 원인 중 하나는 ‘대차 비용 부담’ 문제다.

 

물류 배송 기사들은 휴무를 사용할 때 그에 따르는 비용을 기사가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서 지부장은 “하루를 쉬기 위해 다른 차량의 대체 비용까지 기사가 내야 하는 구조가 정당한지 묻고 싶다”며 “우리가 요구한 것은 운송료 인상이 아니라, 이러한 비상식적인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 지부장은 “하지만 사측은 업무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화 없는 평행선이 대체 차량 강행 출차와 인명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CU 자본과 공권력이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화물 노동자를 죽였다”고 규탄했다.

 

경남본부는 “파업 2주차에 접어들기까지 7차례 교섭 요구가 있었지만, 원청 CU BGF는 단 한 차례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이 생계의 벼량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며 파업을 방치하고, 대체 수송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죽음은 교섭을 거부하고 현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CU BGF가 만든 결과이자 자본과 결탁한 공권력의 과잉진압, 정부의 방관이 노동자를 죽였다”고 했다.

 

경남본부는 “이 사태의 법적‧사회적 원인의 하나는 2025년 노조법 2, 3조 개정 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배제돼 사실상의 사용자들이 교섭에 나서지 않을 구실을 준 것”이라며 “국회는 서둘러 노조법 재개정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고 이후 집회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는 비상 지침을 내리고 전국의 조합원 2000여명을 진주 물류센터 앞으로 소집했다.

 

경찰 역시 기동대 등 1100여 명의 경력을 추가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사고 당일 오후에도 노조 차량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부상을 입고 조합원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