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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규제 사슬 풀어야 메가특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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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규제 완화… 혁신산업 육성 한계
시간 제한 없는 샌드박스·자율권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첨단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체제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4개의 메가특구를 조성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규제를 개혁하면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흔히 언급하였지만 진정한 네거티브 시스템의 도입은 항상 실패하였다. 여기서는 그 이유를 살펴본다.

네거티브 시스템의 이론적 정의는 “법령에서 금지한 것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한다”는 원칙이다. 영미법 국가에서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법의 기본정신이므로 상당히 다양하고 광범위한 행동을 허용한다. 그러나 모든 행동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령 규제가 없어도 행동자가 부주의한 행동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면 행동자는 법정에서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야 한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나 기업들은 주의를 하고 위험을 막도록 노력을 한다. 어떤 행동에 따른 부작용이 체계적이고 심하다고 밝혀진 경우에만 입법을 통해서 행동을 규제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진지한 네거티브 시스템 아래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테슬라 같은 회사들은 자율자동차의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발시켜 나갈 수가 있었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는 법에서 허용하는 행동만 가능한 포지티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언론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서 새 상품을 소개할 수 없다는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을 실제로 시행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영미법이 아닌 대륙법을 기초로 하는 우리나라 법체제에서 원칙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말하면 금지되지 않은 모든 사항을 허용한다기보다는 기존 규제를 완화한다는 왜곡되고 저하된 의미로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혁신적인 경제로 발전하려면 원래 의미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 아래에서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기 전 법적인 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혁신적인 상품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사전에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려고 하므로 필요 없이 규제의 통제가 심할 수 있다. 또한 혁신적인 상품은 계속 발전하고 진화되어야 하는데, 법의 틀이 먼저 고정되면 발전되는 방향을 막거나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혁신에 있어서 외국에 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어도 어떻게 하면 그 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 대통령은 메가특구의 가능성을 말했는데, 먼저 필요한 것은 메가특구에 규제샌드박스와 유사한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는 규제의 적용을 4년 동안 받지 않아도 되게 하는 제도이다. (최근 기간이 6년으로 연장되었다.) 샌드박스의 취지는 4년 동안 기업이 새 상품이나 서비스를 샌드박스를 통하여 운영하는 동안 여기에 적합한 새 법과 규제를 통과시킨다는 것이었는데, 법의 설립이나 개정이 계속 늦어져 실질적으로는 회사들이 제대로 샌드박스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메가특구에는 시간의 제한 없는 샌드박스 권한을 주어야 한다.

또 메가특구에 규제에 대한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규제를 도입하지만, 이는 메가특구의 필요성과 환경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50개의 주마다 그 주의 필요성에 따라 규제를 도입하므로 규제 환경이 서로 다르고, 혁신적인 기업들은 그들의 필요성에 따라 적합한 주에 회사나 공장을 세우고 혁신에 필요한 활동을 수행한다.

궁극적으로는 전국으로 네거티브 시스템이 확장되어야 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역특구를 네거티브 시스템에 최대한 근접하게 하여 혁신을 막는 구속을 풀고 다양한 종류의 규제 체제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소개함으로써 전국이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가는 기반을 세울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