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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육 한계 다다른 부모들, 사회가 방임… 자녀 방치 악순환 [탐사기획-사각의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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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방임 유죄 판결, 그후

이혼·장애·우울증 등 법원 감경 사유 인정… 똑같은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서기도
복지 연계 절반 수준도 안 돼… 그마저도 상담 지원은 고작 10%에 그쳐

이혼 17건, 홀로 양육 12건, 경제적 어려움 11건, 장애 7건, 우울증 5건.

 

청소년 자녀를 방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부모 47명의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더니 법원이 감경 사유로 인정한 부모의 처지는 이렇게 나타났다. 저마다의 사연이 면죄부는 될 수 없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이미 한계에 이른 상태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자녀가 영유아가 아닌 중고등학생이었다는 점도 방임의 문턱을 낮췄다.

2023~2025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유죄 확정된 판결문 47건에서 ‘범죄사실’ 중 피고인의 생활 환경 서술 부분과 ‘양형 이유’ 중 법원이 감경 사유로 인정한 사항에서 부모 상황을 추출.
2023~2025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유죄 확정된 판결문 47건에서 ‘범죄사실’ 중 피고인의 생활 환경 서술 부분과 ‘양형 이유’ 중 법원이 감경 사유로 인정한 사항에서 부모 상황을 추출.

취재팀은 지난 두 달여간 전국 31개 도시에 흩어진 ‘청소년 방임’ 발생 가정 21곳을 직접 살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이 가정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후 관리의 공백 속에서 방임이 반복될 여건은 그대로였다.

 

미영(가명·51)씨는 6년 전 외도를 반복한 남편과 이혼했다. 약속했던 양육비는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미영씨는 전 남편의 바뀐 번호를 어렵게 구해 전화했다. 친엄마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무렵이었다. “엄마가 너무 편찮으셔서 애들 좀 와서 봐주라고 했는데 안 오더라고요.”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충남 공주시에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까지의 간병 통원길을 오가던 미영씨는 그사이 교통사고를 두 번 당했다. 꼬리뼈 디스크가 튀어나왔고 뇌진탕 증세도 있었다. 엄마 발인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 미영씨는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서는 혈관 80%가 막혔다고 했다.

 

미영씨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집을 나간 것은 2024년 6월이었다. 당시 큰딸은 고등학생, 아래 두 자녀는 초등학생이었다. 미영씨는 아이들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고 했다. “다 컸으니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가 쓰레기장이 돼 버린 집에 돌아온 것은 7월 말, 두 달 가까이 지난 뒤였다. 미영씨는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아픈 어머니를 돌보다 본인도 쓰러졌다는 정황을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세 자녀를 혼자 둔 것이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지장을 줬을 것이라며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미영씨에게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했다. 미영씨는 거기서 강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아동방임은 한 번만 걸리지 않는다고, 한번 적발된 가정은 두 번 세 번 걸린다고. 집행유예 기간 중 입원해 있던 사이 방임 혐의로 미영씨를 수사했던 형사가 다시 찾아왔다. “부모는 아파도 안 된다고, 아픈 게 죄래요.”

 

미영씨는 똑같은 혐의로 올해 3월에도 법정에 섰다.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집을 비웠다. 투병 생활 때문에 아이들을 집에 두고 5분 거리 투룸에서 지냈다고 했다. 법원은 이번엔 보호관찰 6개월을 추가로 명했다. 두 번의 판결 사이에 미영씨네 집 풍경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임 가해 부모들을 대부분 선처했다. 취재팀이 분석한 47건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76.6%(36건)였다. 상당수 재판부가 부모의 사정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무너진 자리를 메우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었다. 공적 영역의 개입은 거의 없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방임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334명 중 복지 연계를 받은 인원은 138명이었다. 연계의 대부분은 쌀이나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경제구호였다. 이혼, 알코올의존증, 우울증처럼 방임의 근본 원인에 가까운 문제를 다루는 상담 연계를 받은 인원은 16명에 그쳤다. 2023년에는 149명 중 17명, 2022년에는 130명 중 9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보호관찰이 끝난 뒤 이 가정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법무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보호관찰 종료 후 재범 여부에 대한 통계는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충남 서산시에서 고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정호(가명·46)씨는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두 눈이 질끈 감긴다. 몇 해 전 정호씨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과 캠핑을 갔다가 술을 마셨다. 갑자기 아들에게 저혈당 쇼크가 왔다.

 

아들은 케토산증을 동반한 인슐린 의존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들이 처음으로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하루 네 번 인슐린을 맞혀야 했다. 석 달에 한 번씩은 천안에 있는 큰 병원에 갔다. 서산시에서 하루 전 출발해 병원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아침 여섯 시 채혈한 뒤 세 시간을 기다려 약을 받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무조건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정호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51% 상태로 캠핑장에서부터 집까지 운전대를 잡았다.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정차된 차량 4개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신용불량자였던 정호씨는 순간 겁이 났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호씨는 아들을 형과 아버지에게 맡기고 도망쳤다. 국가유공자 문패가 달린 친정에는 알코올의존증에 장애가 있는 형과 치매로 하루 한 시간 남짓 깨어 있는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아들은 4개월 넘게 인슐린을 제때 맞지 못했다. 혈당은 식후 두 시간 기준 정상의 두 배를 넘었다. 학교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해 정호씨를 방임으로 신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호씨는 음주운전·도주와 아동방임 혐의로 재판받았다. 정호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판결 이후 형편은 더 나빠졌다. 사고 처리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상태가 이어졌다. 통장을 만들 수 없어 정규 취업도 어려웠다. “공장에서 마흔 넘으면 거의 안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수급비로만 생활하면서 친구 소개로 얻은 보증금 없는 원룸에 산다. 방 한편에 정신과 약 봉투가 쌓여 있었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하루에 열 알 가까이 먹을 때도 있는데, 세 개 이상 먹으면 자신도 모르게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몽유병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을 거쳐 아들은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주말에는 정호씨와 원룸에서 지낸다. 정호씨는 아들이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 “(시설이) 아무리 잘해줘도 뭐 하냐고. 아버지랑 그냥 같이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원룸이 불편한 아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알아보고 있지만 어디에 신청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취재팀이 정호씨를 마지막으로 집에서 만났을 때, 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후배라는 남성과 함께 나타났다. 손에 들린 하얀 비닐 봉투에는 소주병 대여섯 개와 과자 봉지가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취한 채 딸꾹질을 남발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16조는 보호조치가 종료돼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은 지자체장에게 방임 피해 가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 조항이 ‘선언적 규정’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관찰소와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사이의 연계가 두텁지 않다 보니 판결 이후에도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한 가정들이 다시금 고립된 채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아이가 집에 가고 싶거나 부모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돌려보내지만, 돌아간 뒤 사후 관리 체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가정 기능 회복이나 부모 지원, 부모 교육이 강제적으로 되지도 않고 관련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힘들어 엄마 아빠가 그대로”라며 “원가정이 그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중학생 손녀 둘을 키우는 외할아버지 영철(가명)씨는 6년 전 시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딸이 방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으니 아이들 보호 방안을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딸은 초등학생이던 세 손녀를 22일 동안 혼자 두고 집을 비웠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담당자는 아이들을 시설로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영철씨는 거절했다. “유치원, 1학년, 2학년 때 전부 다 시설로 보내자 그런 걸 내가 그냥 싫다고 했어요.”

 

딸은 이혼 후 알코올에 의존하게 됐다. 정신과 병원에 서너 번 입원시켰지만 3개월이 지나면 나와야 했다. “3개월밖에 안 데리고 있어요 원래가요. 그래서 여기저기 계속 넣다 보니 안 돼가지고, 또 나오면 길거리 쓰러져서 잠자고 있고.”

 

영철씨는 손녀들의 위탁 보호자가 됐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용달 일을 그만뒀다. 눈이 침침해졌다. 초록우산에서 조금씩 지원을 받으며 손녀 셋을 키웠다. 큰손녀는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됐고, 나머지 둘은 중학교에 올라갔다. 여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지 못했던 일들도 겪었다. “중학생이면 벌써 월경을 하던데, 근데 막 그냥 화장지에다 막 묻혀서 사방에 버리고.”

 

딸은 인근 원룸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는다. 막내 손녀가 고등학교를 마치려면 몇 해가 더 남아 있다. 소녀들의 마지막 남은 보호자는 올해 일흔여섯이 됐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탐사보도2팀=백준무·이예림·최우석 기자

사진: 최상수 기자, 편집: 이대용 기자

미술: 손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