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사진)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언급과 관련, 대북정보 공유 중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이 정보공유를 일부 중단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美, 정보저작권 의식했나
미국은 이달 초부터 위성을 통해 수집한 일부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한미연합사령부 내 한국군 근무자를 비롯한 일부 한국군 인원은 미군이 전 세계적으로 운용하는 연합정보교환체계의 한국용 버전인 센트릭스-K(CENTRIXS-K) 등을 통해 미군의 정보 및 분석 결과를 알 수 있다. 미군 의중에 따라 한국군의 정보 접근 범위 조정이 가능하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과 군사활동 관련 한·미 정보공유와 감시정찰은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과 함께 진행하는 현행 작전 요소들이다.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 대상이 미 본토에서 분석·가공·전파되는 대북 핵심 정보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이 정보 유출 논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핵심 정보수집능력 보존, 정보저작권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 수집 역량이 노출되면 상대가 역이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미 정찰자산으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할 때, 공개 시점과 방법 등에서 자국의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이 북한 군사적 동향과 관련, 동일한 사안이라도 정보 출처에 따라 공개 범위를 조절하는 기조를 유지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 장관 해명에도 남는 의문점
정 장관의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당시 국회 외통위 속기록에 따르면, 정 장관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이사회 보고를 거론하며 “영변과 구성·강선에 있는 우라늄(HEU) 농축시설, 이란은 이번에 미국의 폭격으로 파괴한 것이 60% 농축우라늄인 데 비해 북의 농축우라늄은 90%짜리 무기급 우라늄이다. 이 시설을 지금 영변에 한 군데 더 증설하고 있다, 사무총장 보고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로시 총장 보고에서 구성은 거론되지 않았다.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정 장관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민간 싱크탱크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21일 SNS에 “CSIS는 구성 핵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며 “(정 장관 주장인) 농축 활동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언급했던 북한의 우라늄농축률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북한 우라늄농축률을 명확한 수치로 언급하는 민간 자료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간 싱크탱크는 상업위성 사진으로 북한 핵·미사일 동향을 파악하는데, 우라늄농축 시설 존재·가동·확장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 농축률을 알아내려면 IAEA 사찰이나 정보기관의 신호정보 수집 또는 내부 첩보원 활동이 필수다. 구성 핵시설 못지않게 우라늄농축률 언급도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례적인 정보공유 제한 공개
정부와 군 내부에선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이 언론에 공개되며 논란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2000년 이후 미국은 한국과 공유한 대북정보가 유출된 것과 관련, 여러 차례 항의하거나 정보공유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2009년 2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가 국내 언론에 유출되자 미국 측 고위 관계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정보공유를 제한했다. 2015년 8월 ‘작전계획 5015’ 보도 당시에도 주한미군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다만 이 같은 사건들은 정부와 군 내부에서 거론됐고, 물밑 접촉으로 조율·수습이 이뤄졌다. 이번처럼 구체적인 정황이 언론에 빠르게 보도되고 확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 권한 문제, 서해 미·중 전투기 대치 등 한·미 간 문제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대북 정보공유 제한 문제가 증폭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