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 7주가 지났지만, 전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속전속결’ 승리를 점치던 초기 전망과 달리 전쟁의 완전한 종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쟁 전 미국은 단기 결전 승리를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1990년대 1차 걸프전 이래로 꾸준히 발전시켜왔던 킬 체인과 첨단 무기에 인공지능(AI)이 더해졌다. AI는 기존의 킬 체인 절차를 대폭 압축, 개전 초기 미군이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수뇌부 다수를 제거하고, 24시간 동안 핵심 표적 1000여개를 무력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두고 조기 종전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실제 양상은 달랐다. 시간이 갈수록 전쟁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에선 ‘전쟁의 안개’(Fog of war)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전쟁은 불확실한 부분이 많고 돌발적인 상황이 연속으로 발생하므로, 모든 변수를 통계에 반영할 순 없다는 의미다.
이란 전쟁에선 AI의 제약과 비대칭 전력이 ‘전쟁의 안개’ 역할을 했다. 전장은 미지의 요소와 돌발 변수들이 수두룩한 불확실성의 세계다. AI가 인간보다 연산 능력이 훨씬 우수하나, 수학적 공식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변수까지 사전에 모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AI는 지휘관에게 전술적 옵션을 제공하나, 전쟁 종결에 중요한 정치적·전략적 변수와 해법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폭드론과 미사일, 기뢰 등을 사용하는 이란의 비대칭 전략은 ‘전쟁의 안개’를 더욱 짙게 했다. 이란은 자폭드론과 탄도·순항미사일로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석유 인프라 등을 타격해 중동 지역 자원을 자국의 무기로 삼았다.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기뢰를 부설, 전략적 지렛대이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워 미국에 맞서고 있다.
이란 전쟁의 양상이 한반도에서 재연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군 비대칭 전력은 한·미 연합군 의도대로 전쟁이 전개되지 않도록 저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드론·미사일·전자전·특수전 등에서 이란보다 발전된 비대칭 전력을 확보한 상태다. 미군 증원전력이 들어올 공항 등에 전술핵 위협을 하거나 에너지 등의 인프라를 자폭드론으로 타격해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AI가 계산하기 어려운 ‘북한발 전쟁의 안개’가 한반도를 뒤덮는다면, 유사시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한국군으로선 북한 자폭드론 요격 체계 구축과 북한 미사일 발사 전 지상에서 격파하는 등의 전술과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특히 군 수뇌부와 장교단은 체계적이고도 강도 높은 훈련과 교육, 전쟁사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AI가 미처 계산하지 못하는 돌발변수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는 AI를 앞세우기 전에 정치·경제·외교를 아우르는 전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전략 수립·집행 능력을 먼저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비대칭 전력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AI의 한계를 뛰어넘는 안보전략과 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란 전쟁을 통해 배워야 할 ‘전쟁의 안개’를 최소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