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출구전략 찾는 트럼프, 경제 충격·여론 악화 우려에 확전 부담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사실상 무기한 휴전’ 발표 왜

협상 지연 책임 이란 측에 전가
에너지 타격 시 유가 급등 우려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부담
해상 봉쇄·경제 제재 압박 지속

이란 “호르무즈 통항선박 3척 공격
이스라엘 선박 등 2척 나포”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한 것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교착상태에 빠져 협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타격할 경우 감당해야 할 경제·정치적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차 대면 협상과 장기 휴전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이란 통일된 협상안 내놓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전국 우승자들에게 축하 연설을 한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지도부와 협상단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란 공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휴전 기한을 연장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이란 통일된 협상안 내놓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전국 우승자들에게 축하 연설을 한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지도부와 협상단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란 공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휴전 기한을 연장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2주 휴전’ 만료 시한을 당초 21일에서 22일로 하루 늦춘 데 이어 또다시 연기를 발표했다. 그는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휴전 연장 방침을 밝히며 “이란 지도부와 협상 대표단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지연의 책임을 이란 측에 돌리는 동시에 이란 내부의 분열상을 부각해 휴전 연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합의 없이 휴전이 종료되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거듭 위협해 왔다. 그러나 결국 만료 시한이 임박해 연장을 택했다.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실제로 타격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세계 경제 충격, 글로벌 여론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이란전쟁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공격 재개가 전쟁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자신의 정치적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지율 하락 압력 속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출구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휴전 연장으로 당장의 확전 우려는 낮아졌다. 다만 곧 긴장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군사공격을 미루는 대신 경제·해상 압박은 유지하며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엑스(X)에 “미 해군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지속할 것”이라며 “해상 봉쇄가 계속될 경우 이란 최대의 석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하르그섬의 저장고가 며칠 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하면 이란 유전의 원유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된다.

여기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날 이란의 일방향 공격용 무인항공기(UAV)용 서보모터와 탄도미사일 추진제 전구체 조달에 관여한 혐의로 이란·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에 기반을 둔 개인 8명과 단체 4곳을 제재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요원과 무기, 장비, 자금 수송에 관여한 이란 마한항공 항공기 2대도 동결 자산으로 지정했다. OFAC는 이번 조치를 ‘경제적 분노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핵심 수익원을 겨냥한 봉쇄와 제재를 병행하며 군사행동 없이도 이란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이다.

 

이란이 순순히 협상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양측의 2차 종전협상이 불발된 결정적 배경에는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이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도 협상 재개의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해상 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날 미국의 해상 봉쇄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무력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즉각 행동에 돌입했다.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선박 3척이 IRGC의 공격을 받았다. IRGC는 “이들이 이란군의 허가를 받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을 몰래 빠져나가려 했다”면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속한 선박을 포함해 2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군 산하 해상무역작전센터(UKMTO)는 선박 2척의 나포 상태를 확인했다. AP통신은 또 다른 민간 화물선 1척이 피격 후 이란 해안에 좌초됐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함께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확립에 관한 법률’의 본회의 상정을 가결했다.

 

법안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환경·보안 서비스 명목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통행료는 이란 리알화로 받는다. 또 이란 및 동맹국에 적대적인 국가와 단체의 통항을 금지하고, 서류에 ‘페르시아만’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통행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배척하려는 의미로 ‘아라비아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미 CNN은 “이번 협상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충족하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