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카페인에 취한 대한민국 교실… 천안시, ‘안 마시면 못 버티는’ 수험생 현실에 제동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청소년 10명 중 6명 수시로 섭취… “카페인 없인 공부 못 해” 의존성 심화
천안 스타트업·전문가 참여 ‘카페인 세이프존’ 실험 돌입 뇌건강 해법 제시
고카페인 음료 의존 청소년 증가… 수면장애·집중력 저하 우려

시험과 과제, 입시 경쟁 속에서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 의존이 일상화되면서 교실이 카페인에 침식되는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이를 공공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충남 천안에서 시작됐다.

 

천안시는 22일 농업회사 법인 스타트업 ‘랩투보틀’과 함께 브리핑을 열고 ‘청소년 카페인 세이프존(SAFE ZONE)’ 조성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농도 카페인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중길(오른쪽) 천안시 미래전략과장과 랩투보틀 이동헌 대표가 22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청소년 카페인 세이프존(SAFE ZONE)’ 조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윤중길(오른쪽) 천안시 미래전략과장과 랩투보틀 이동헌 대표가 22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청소년 카페인 세이프존(SAFE ZONE)’ 조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61.2%가 최근 6개월 내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으며, 10.8%는 월 10회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공부나 과제 수행을 위해 마신다는 응답이 57.9%에 달했고,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도 11.2%에 이르는 등 의존성 문제도 확인됐다.

 

문제는 건강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과도한 카페인 섭취가 수면 장애와 우울 증상,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뇌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인 각성 효과 뒤에 피로와 무기력이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인식 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캠페인을 제안한 지역 스타트업이다. 천안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C-STAR) 2기 기업인 ‘랩투보틀’은 청소년 카페인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에 함께 나서며, 카페인 의존을 줄이기 위한 대안 제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랩투보틀은 KAIST 박사 출신 이동헌 대표가 이끄는 기업으로 첨단 공학 기술을 식품 개발에 접목해온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최근 저서 ‘내 아이의 뇌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를 통해 “집중력과 성적은 공부법보다 뇌에 공급되는 영양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카페인 중심 학습 습관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3월 ‘내 아이의 뇌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출간을 통해 뇌 영양공급의 중요성과 카페인 중심 학습 습관의 한계를 지적하고 청소년 카페인 세이프존 조성을 제안한 이동헌 대표.
지난 3월 ‘내 아이의 뇌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출간을 통해 뇌 영양공급의 중요성과 카페인 중심 학습 습관의 한계를 지적하고 청소년 카페인 세이프존 조성을 제안한 이동헌 대표.

그는 특히 “카페인으로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뇌 기능 저하를 부를 수 있다”며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집중력 유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랩투보틀은 청소년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무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개발하는 등 ‘카페인 대체’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역 기관과 협력해 올바른 뇌 건강 정보 제공과 교육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천안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고카페인 음료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한 학습 습관 형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청소년 대상 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과 경고 표시 의무화 등 규제가 확산되는 추세다.

 

지역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카페인에 의존하는 공부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순한 금지나 규제를 넘어,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