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4년차 검사가 던진 물음이 검찰 내부에 울림을 일으키고 있다.
고석균 밀양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2회)가 2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2013년 한 대학가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 동명의 대자보 운동에서 따온 말이다. 당시 사회적 침묵과 무관심에 균열을 낸 그 대자보처럼, 고 검사의 글도 검찰 내부의 억눌린 감정에 균열을 내고 있다.
최근 여권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검사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을 조사하면서 ‘연어 술파티’를 벌여 회유했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6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요청에 따라 박 검사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한 국회 국조특위와 2차 종합특검 수사, 서울고검 감찰도 진행 중이다. 수사와 재판에 대한 외부 권력의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청은 오는 10월 폐지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박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 검사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언급하며 “제가 화가 난 이유는, 다른 누구의 잘못 때문도 아니고, 그저 저의 무기력함과 비겁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형사부 검사로서 범죄피해자들이 앞으로 입게 될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쏟아지는 업무와 야근을 이유로 동료들에게 “차라리 다 없애버렸으면 좋겠다”는 자조섞인 농담을 던졌다며 스스로를 무책임하다고 탓했다. 또 “형사사법과 법치주의가 형해화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의무감 혹은 신중함이라는 포장을 방패막이 삼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반성했다.
이미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글이나 댓글을 쓴 뒤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검사들을 모두가 지켜본 터였다. 그러나 고 검사는 “직무정지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의 고백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재판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재심 등 법에 근거한 사법적 절차가 아니라, 공판정 바깥에 있는 국가권력에 의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기소해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법정 밖의 외부적인 영향력에 의한 재판 개입이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검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고 검사는 끝으로 대학 시절 읽은 대자보의 마지막 단락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자신의 ‘비겁함’을 고백하는 고 검사의 글에 70명에 가까운 검사들이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안녕할 리가 만무합니다” “이런 하찮은 댓글에도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주저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박상용 검사의 글에 힘내라는 댓글 하나 달 용기가 없어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무기력함과 비겁함 때문에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미 내년 초 이프로스에 올릴 사직 인사를 써놨다”는 한 중견 검사는 “밥먹듯이 야근을 하면서도 나의 모든 시간이 공익에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고 검사의 글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해체되고, 그 시스템을 지탱하던 개별 검사들의 소명의식은 ‘안녕’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