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구내식당 일감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부당 지원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윤강열)는 23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웰스토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정위 처분이 내려진 지 4년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급식 일감 거래는 삼성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없고,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공정위)의 이 사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6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가 자신들의 사내급식을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조건으로 위탁하며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에 1012억17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에 228억5700만원, 삼성전기에 105억1100만원, 삼성SDI에 43억6900만원이 부과됐다. 삼성웰스토리는 959억7300만원이었다. 부당 지원행위 사건에서 역대 최대 규모 제재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이 사내급식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 없이 삼성웰스토리에 위탁물량 전부를 몰아주고 높은 이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고 봤다. 또 삼성웰스토리는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삼성의 부당 지원행위 배경에는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개입 및 웰스토리 이익보전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웰스토리가 삼성 총수일가의 캐시카우(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웰스토리의 이익을 보전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다. 따라서 웰스토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금 형태로 삼성물산으로 흘러 들어가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공정위 시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지원의도’가 있었다는 공정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여러 문건만으로는 삼성전자가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와 급식 거래를 계약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배당수익 내역 및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웰스토리의 배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자신의 배당을 실시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은 2016년 5월경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웰스토리의 지분매각을 검토했는데 자금공급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거래 조건 자체는 삼성웰스토리에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실제 급식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인건비와 위탁수수료 금액이 동결되는 등 급식단가 개선안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지원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과 웰스토리 간 수의계약이 ‘상당한 규모의 거래’라는 공정위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체급식 시장의 과점적 구조, 기업집단 중심의 포획시장(Captive Market) 특징, 웰스토리와 다른 경쟁업체의 사업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웰스토리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지표의 절대적 규모만으로 이 사건 급식거래가 부당지원행위에서 문제되는 규모의 상당성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통해 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제공됐다’는 공정위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공정위)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급식거래가 지원객체인 웰스토리의 경쟁상 지위를 ‘부당하게’ 제고·유지하거나 경제력 집중이 야기되는 등으로 단체급식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이 경쟁 입찰을 통해서 급식 계약을 체결하거나 여러 중소기업에 물량을 나눠줘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