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수사권 관련 제도 미비로 감사원 고위 공무원이 13억원가량의 뇌물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공수처가 애당초 수사를 제대로 못하고 보완수사도 하지 않은 데 1차 책임이 있지만, 부실 수사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없게 한 공수처법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식의 제도 미비 때문에 죄지은 고위 공직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또다시 생겨선 안 된다. 공수처법의 허점과 한계를 인정하고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3급 간부 A씨에 대해 19차례에 걸쳐 15억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23년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하자, 공수처는 추가 수사 없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시효에 쫓겨 비교적 증거가 뚜렷한 2억9000만원(3회)에 대해서만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12억9000만원(16회)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공수처는 검찰에 그럴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검찰이 지난해 5월 보완수사에 나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공수처 사건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기관 간 ‘사건 핑퐁’과 제도적 결함으로 공직 뇌물 사건을 제대로 수사조차 못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사례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해체되고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공소청·중수청 검사들과 경찰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수사 공백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크다. 그런데도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는 것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중수청이나 경찰이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부정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형사사법 제도의 설계는 진영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 편익이 기준이 돼야 한다. 여권의 일방적인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은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반부패기구도 최근 한국의 ‘검찰개혁’에 우려 취지로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지적에 눈감으면 한국의 부패지수가 추락할 것이 뻔하다. 범죄자에게만 좋고 선량한 국민은 손해 보는 개편은 한국 사법 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마저 추락시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