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휴전 속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혁명수비대에 중요 결정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친과 같은 정치적·종교적 권력을 가지지 못한 모즈타바에게 이번 전쟁을 사실상 이끌어온 이란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지속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전·현직 당국자, 혁명수비대 구성원, 성직자 등 내부 권력 구조를 잘 아는 이들과 하메네이의 지인들을 인용해 현재 모즈타바의 정치적 결정에는 그가 청소년 시절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싸웠을 때부터 함께해온 혁명수비대장군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랜 친분을 쌓은 모즈타바와 장군들이 서로를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동료로 여기고 이름을 부르며 공동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즈타바가 이제 막 최고지도자가 된데다가 부친과 같은 정치적 지위나 종교적영향력이 없어서 혁명수비대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명수비대가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어진 권력 다툼에서 모즈타바를 지지해 그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이런 영향력 확대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모즈타바는 아직 완전히 지휘하거나 장악하지 않은 상태”며 “그가 최종 서명하거나 형식상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그는 이미 정해진 결론만 보고받고 있다”고 관측했다.
다국적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모즈타바가 부친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지도자”라고 좀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모즈타바는 자신의 입지, 그리고 체제의 생존을 혁명수비대에 의존하기 때문에 혁명수비대에 굴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의 참모를 지냈고 모즈타바를 아는 정치인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모즈타바는 자기가 이사회 의장인 것처럼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바리는 “모즈타바는 이사들의 조언과 지도에 매우 의존하고 있으며, 모든 결정을 집단으로 한다”면서 “장군들이 이사들”이라고 표현했다.
모즈타바가 치료와 신변보호를 위해 은신중인 것도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모즈타바는 부친이자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뒤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으나, 공습 때 입은 상처를 치료하느라 주로 의료진에 둘러싸여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모스타바를 추적해 암살할 위험이 있기에 모즈타바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접근 어려움 때문에 적어도 현재까지는 모즈타바는 장군들에게 의사 결정을 위임했으며, 혁명수비대는 이번 전쟁의 모든 주요 국면에서 이란의 전략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차단하고, 주변 아랍 국가들을 공격한 것도 혁명수비대의 전략이었다. 혁명수비대가 미국과 휴전에 동의하고, 직·간접 협상을 승인했으며,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을 협상에서 밀어내고 혁명수비대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을 이끌게 했다. 미국과의 2차 종전 협상을 막판에 불발시킨 것도 혁명수비대였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 채널 12는 협상파인 갈리바프 의장이 협상단 대표직을 내려놓았다고 보도했다. 갈리바프 의장이 혁명수비대의 계속되는 간섭 때문에 사임했다는 내용인데 채널12는 기사 출처를 제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