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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후생활의 열쇠… “고령층 예방 접종 확대해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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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 정책 전환 필요

면역 노화된 고령층 감염병에 취약
기저질환 있을땐 중증·합병증 위험
국가비용지원 접종 영유아는 19종
65세이상은 독감·폐렴구균 2종 뿐

무료접종 백신 효능면에서도 한계
삶의 질 저하·의료비 상승 이어져
대만·日 등 고용량·고면역성 지원
노년층 예방접종 체계 재설계해야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이다. 지난 50년간 1억5000만명이 넘는 생명을 구한 백신의 가치를 되새기고, 전 연령층이 적절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날이다. WHO는 올해 슬로건으로 ‘모든 세대를 지키는 백신의 힘’(For every generation, vaccines work)을 제시하며 세대를 넘어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만큼, 영유아 중심이던 예방접종 인식을 노년층 건강관리로까지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년층에서는 감염병이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예방접종이 건강을 지키는 핵심 관리방안이 됐지만, 정작 고령층은 국가예방접종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염병 발생 이후 치료에 집중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같은 바이러스도 고령층엔 ‘치명’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성인은 연령과 기저질환, 생활환경에 따라 인플루엔자(독감),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Td), 폐렴구균, A형·B형간염, 대상포진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이 권고된다.

노년층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백신은 매년 접종하는 독감 백신이다. 매년 접종이 필요한 독감 백신은 겨울철 고령층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감염되더라도 중증 악화와 합병증 발생 위험은 현저히 줄어든다.

폐렴구균 백신도 필수다. 폐렴구균은 폐렴뿐 아니라 균혈증, 수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어 고령층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상포진 백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함께 발진이 나타나고,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수개월 이상 신경통이 지속될 수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도 고령층 필수 접종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노년층에서 예방접종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면역노화’다. 젊을 때 이미 경험했던 바이러스나 세균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기존 면역 기억이 약해지고, 새로운 병원체에 대응하는 면역세포 기능도 떨어진다. 같은 독감이라도 젊은 층에서는 며칠 앓고 지나갈 수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폐렴과 심혈관 합병증, 기저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에서는 감염이 잘 되는 것뿐 아니라 기저질환이 많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 감염병의 파급력은 더 커진다”며 “감염 자체보다 감염 이후 급격한 신체 기능 저하와 입원, 건강수명 단축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에서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는 동시에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를 완화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령층 접종률 높아도 보호 효과는 한계

하지만 실제 예방접종 체계는 초고령사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예방접종이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어린이 예방접종은 19종에 이르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국가 지원으로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독감과 폐렴구균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효능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원되는 백신의 효능은 한계가 있고 더 효과적인 백신은 본인 부담으로 맡겨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렴구균의 경우, 현행 국가 접종은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일관되지 않고, 단백접합백신(PCV)보다 면역 유도 능력이 떨어지는 23가 다당질 백신(PPSV23)만 지원 중이다. 이 같은 지적에 지난해부터 소아 대상 접종에는 PCV20가 도입됐지만 폐렴 사망자의 대부분인 65세 이상 고령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교수는 “다당질 백신은 면역 반응이 충분히 강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며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에서 빠졌고, 제조사조차 단종을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백신이나 다름없다. 국내도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독감 백신도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무료로 접종하는 표준 4가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30~40% 수준에 그친다. 면역노화로 항체 생성 반응이 젊은 층보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감염학회는 면역 반응을 강하게 유도하는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65세 이상에게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아 비용 전액이 본인 부담이다. 이 교수는 “학회가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권고한 지 7~8년이 됐는데 아직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이 안 됐다”며 “일반 백신보다 가격이 두 배 수준이지만 입원·사망을 줄이는 비용 대비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미 주변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은 올해부터 고면역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지원을 결정했고, 폐렴구균 백신도 20가 단백결합 백신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일본도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올해부터 고용량 고면역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지원하고, 폐렴구균 백신도 20가 단백결합 백신 전환을 예고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일본, 대만에 비해서 고령층에 대한 예방접종이 앞서 나갔지만 최근엔 질적·양적으로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정책 전환이 지연되면서 성인 예방접종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으면 접종률을 높이기 어렵고, 결국 감염병 부담과 의료비 상승이라는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며 “전액 국가 부담이 어렵다면 일부 본인부담을 전제로 한 급여화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