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 중반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7% 오르고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성장률을 3%로 상향하는 등 겉으로 보이는 지표는 양호하지만, 한 나라의 ‘기초체력’이라 불리는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6일 OECD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2%에서 올해 1.71%로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에는 1.57%로 올해 대비 0.14%포인트 더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OECD는 특히 내년 4분기 잠재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52%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셈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3.63%) 이후 줄곧 낮아지고 있다. 내년까지 하락하면 15년째 뒷걸음질만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에 2023년(미국 2.44%, 한국 2.41%) 처음 뒤처진 이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의 격차는 2024년 0.13%포인트, 2025년 0.28%포인트, 올해 0.31%포인트, 내년 0.38%포인트 등 계속 확대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잠재성장률 추정치에 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질의에 “2026~2027년 추정치는 2%를 다소 밑도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KDI는 지난해 5월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204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 내외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및 이 두 생산요소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총요소생산성’의 합으로 설명된다.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치로, 한 나라의 기초체력으로 통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지속한 건 저출생·고령화로 노동투입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마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1.9%에서 2015~2024년 0.6%로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한 배경은 2024년 말 KDI가 발표한 보고서 ‘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통상 ‘기술진보 속도’와 ‘생산자원 배분의 효율성’에 좌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진보와 관련해 우리의 강점이었던 ‘따라잡기’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 1960~1970년대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 일본 등의 생산기술을 모방하고, 사회·경제 제도도 적극 참고해 발전을 이뤘지만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축소되면서 기술진보 속도가 점차 둔화됐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지만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따라잡기 모방경제’에서는 주입식 교육이 효과적이었던 반면 이제는 ‘창의형 인재’가 필요한데 여전히 교육시스템이 경직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고등교육 이수율은 63개국 중 5위 이내로 세계 최상위권인 반면 대학교육 경쟁력은 63개국 중 50위권 내외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비슷한 기술수준 등을 갖췄더라도 자원 배분이 합리적일수록 잠재성장률은 높아진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과도한 진입규제들이 생산성 향상을 막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미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버’ 및 ‘타다’의 시장진입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 시장의 경직적 규제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비정규직과의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적 임금체계가 필연적으로 고령층 임금을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게 책정케 해 정년연장을 저해하는 결정적 부메랑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외에도 원자력, 조선, 이차전지 등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산업에 AI가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었으나,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많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필요한데, 아직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패러다임을 바꿔 노사관계를 포함한 규제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