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매년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자 명단을 제출받고서도 이를 과세에 활용하지 않아 걷을 수 있던 부가가치세 267억원 징수 기회를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부터 건보공단으로부터 명의를 대여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 등 의료·약사법 위반 명단을 제출받아 과세자료로 축적하고 있다. 의료인의 의료용역과 달리 명의대여자의 의료용역은 부가세 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세청은 이들에게 부가세를 매겨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자료를 제출받고도 적발된 기관 및 위반자들의 유죄 확정 여부를 확인해 각 지방국세청이 과세자료로 활용하도록 조치하지 않았다. 그 사이 105개 기관 및 위반자들에 대한 부과제척기간(7년)이 지나 이들로부터 더는 부가세를 걷을 수 없게 됐다.
그 밖에도 유죄가 확정된 64개 위반기관 및 위반자들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은 남아 있지만 국세청이 과세자료를 만들어 각 지방청에 내려보내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부가세 310억원도 일실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상속·증여세 결정 과정에서 확인된 사인 간 부채에 대한 국세청의 사후관리 미흡으로 증여세 72억원이 과세 누락된 점도 감사 지적 대상에 올랐다. 상속·증여세 회피를 위한 ‘위장 부채’여도 부과제척기간(15년)이 지나면 과세할 수 없다. 그런데 국세청은 최근 4년간 부과제척기간이 1년 안에 완성되는 1억원 이상 부채 1252건 중 312건(25%)을 사후관리 점검 대상으로 선정한 적이 없었다.
감사원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부가세를 부당하게 회피한 의료·약사법 위반자들에 대해선 부가세 추징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