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쿠르스크 탈환 1주년’을 계기로 군사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혈맹 관계’를 바탕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대비한 차기 5개년 군사협력 계획을 논의하는 등 전방위적 밀착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 1돌에 즈음해 지난 26일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준공식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 연설에서 “우리는 이 기념관에 피로 쓴 조·로(북·러) 친선의 새 역사, 피로써 전취한 정의의 새 역사를 새겼다”며 “이는 계승의 굳건함과 우리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규칙이 어떻게 달라지든, 언제 어디서 위기가 발생하든 우리는 항상 단합된 힘으로 대처해 나가는 진실하고 헌신적이며 강력한 보루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볼로딘 의장이 대독한 서한에서 “(북한군의) 무비의 위훈은 모든 러시아 공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동노력으로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신문은 준공식이 열린 날 김 위원장이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부장관을 접견한 내용도 알렸다. 신문은 “날로 첨예화하는 국제 및 지역정세를 비롯 상호 관심사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견해와 의견들이 교환됐다”며 “북·러 두 나라 사이 정치·군사적 협력과 협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층 더 강화·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일련의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소개했다. 주북러시아 대사관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벨로우소프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 국방성과 군사협력을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기반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며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될 북·러 군사협력 계획을 올해 안에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와 북한 간 국가 간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있다”며 “올해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 접촉이 매우 활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합의는 푸틴 대통령이 2024년 6월 평양을 방문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조약에는 양국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상대국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5개년 계획’이란 점에서 북·러 간 중장기 군사 협력 체계가 제도화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러시아가 국가 간 조약을 넘어 군사 분야에서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을 체결하는 것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 준공식 연설 의미에 대해 “향후 러시아로부터 받아낼 첨단 기술과 경제적 지원 등이 시혜가 아닌 ‘정당한 대가’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기념관 준공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혈맹의 상징성을 통해 러시아를 한반도 문제의 고정적 상수로 묶어두겠다는 의도로 5개년 군사 협력 계획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의 무기 체계와 군사 교리뿐 아니라 경제, 보건의료, 경찰 제도 등 전분야에서 양국간 협력과 통합이 가속화되는 ‘제도적 동맹’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북한을 ‘상시 병기창’으로 활용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