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1화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이러한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원을 이뤄주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은 자해 등 민감한 장면을 포함, 시청자의 심리적 영향을 고려한 안내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넷플릭스가 2020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적 이슈 대응 플랫폼인 ‘워너 톡 어바웃 잇(Wanna Talk About It?)’과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는 성폭력, 정신 건강, 자해 등 다소 무겁고 민감한 주제를 다룬 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해 플랫폼을 마련했다. 콘텐츠 시청 후 해당 주제에 더욱 안전하고 깊이 있게 접근하도록 도우며, 실질 가이드와 긴급 지원 연락처 제공 등이 핵심이다. 이 서비스는 한국어를 포함해 총 26개 언어로 운영하며, 전 세계 45개국 150여개 전문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실제로 ‘워너 톡 어바웃 잇’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불안과 우울, 외로움, 마음 챙김, 섭식 장애 등 총 11가지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해결책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불안에 대처하는 법’ 섹션에서는 개학 첫날이나 면접처럼 일상적인 순간에도 누구나 불안을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먼저 건넨다. 해결책으로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명상 등을 제안하는 동시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문가 상담을 적극 권유한다.
우울증을 ‘일상에 지장이 있을 만큼 모든 것이 소용없게 느껴지는 상태’로 정의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이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처럼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면서 적절한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 산을 오르는 훨씬 쉬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일상의 작은 성취에서 시작해 적극적인 소통으로 슬픔의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포함했다.
현대인의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해서도 넷플릭스는 실질적인 처방을 내놓는다. 가까웠던 친구와 소원해지거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지는 다양한 원인을 짚어보며, 소속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운동 강습에 등록하거나 브런치 모임을 만드는 등 자신과 맞는 그룹을 찾을 것을 권하며,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주는 긍정적인 치유 효과도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한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국내 자살 예방 활동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넷플릭스는 27일 국무조정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가 주관하는 자살 예방 프로젝트인 ‘천명지킴 발대식’에 참여해 생명 존중 메시지 확산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올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지난해보다 1000명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캠페인으로 지난 24일 청계광장에서 시작을 알렸다.
이번 프로젝트의 ‘천명수호처’로 위촉된 넷플릭스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특성을 살려 자살 예방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콘텐츠와 이용자의 접점을 활용하는 메시지 전달과 지원센터 관련 정보 제공 등 역할을 수행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기리고’ 자막과 같은 맥락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정신 건강, 자살과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일상에서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있다”며, “콘텐츠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인 만큼 넷플릭스의 장점을 바탕으로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산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적절한 정보와 지원에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 관계자는 “수호처로 선정된 넷플릭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이번 프로젝트의 다양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