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대구 이천동 남구청 네거리. 왕복 6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들이 돌연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정지했다. 보행자들의 시선은 모두 지름 50㎝ 남짓한 검은 구덩이에 집중됐다. 겉보기엔 작은 구멍이었지만, 그 내부는 2m 깊이의 낭떠러지였다. 굴착기가 도착해 아스팔트를 뜯어내자, 뻥 뚫린 지하 공간 사이로 낡은 하수관이 흉물스럽게 노출됐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토목 전문가는 “사고 지점은 평소 교통량이 많아 지반에 가해지는 하중이 컸던 곳”이라며 “지하철 구간과 맞물린 노후 지역은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5)씨는 “차들이 매일 달리는 곳인데, 대형 버스라도 지나갈 때 무너졌으면 대형 참사가 날 뻔한 것 아니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도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싱크홀(지반침하)을 예방하고자 인공지능(AI), 위성,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지능형 지하 안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늘어나는 각종 공사로 인한 동시다발 굴착, 마구잡이식 지하공간 활용에 따른 지반 약화 등으로 땅 꺼짐 사고 위험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1398건에 달한다. 한 해 평균 199건씩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발생 원인별로는 상?하수도관 손상이 6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짐 불량(251건), 굴착공사 부실(102건), 매설물 손상(90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반침하 대응에서 가장 선제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대구시다. 시는 이날부터 전국 최초로 AI 도로 분석 장비를 탑재한 특수 차량을 투입했다. 이 차량은 도심 2745㎞ 구간을 누비며 도로 위 미세한 균열과 침하상태, 습윤 정도 등 도로 변형을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AI가 분석해 싱크홀의 전조 증상인 ‘지반 침하 징후’를 찾아낸다. 육안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보다 정확도와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국토부와 함께 지능형 폐쇄회로(CC)TV와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융합한 탐지 기술과 위성 영상 분석 AI를 활용해 지하철 9호선 등 굴착 공사장의 위험 실시간 감시에 나섰다. 부산시도 최근 45종의 지하 데이터를 학습한 ‘지반공학 인공지능(Geo AI)’ 기반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AI가 지하 시설물, 지질, 지하수 흐름 등을 분석해 위험 지역을 3D(차원) 지도로 시각화하고 등급별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인천 연수구는 AI와 GPR를 결합한 독자적인 ‘스마트 지반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차량형 GPR 장비가 도로 아래로 전자기파를 쏘아 보내 지하 내부 영상을 촬영하면, AI가 이를 실시간에 판독해 빈 공간의 유무를 식별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시계획이 다양해지고 극한호우 위험이 커짐에 따라 지자체의 선제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국회에 예산과 장비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