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일요일의 건물이다 복도는 길고, 그 끝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주기적으로 빛을 내며 어둠 속에 서 있다 어둠 속에 버려진 모습으로 트리는 빛을 내다가 조용해진다 나는 저녁이 밤으로 건너가는 시간 동안 복도에 서 있어본 적이 있다 고개를 빼고 길게, 기울어져본 적이 있다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방을 생각하며 이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상상한다 그러나 본 적은 없다 화장실 불을 켜놓으면 누군가 그 불을 꺼놓는다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메모를 붙여봤지만 소용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씻는다 조그만 책상에 앉아 몇 개의 식물을 키우면서 나는 살아간다 물을 주면 말없이 자라나는 식물들과 함께, 식물이 자라면 나는 다시 물을 준다 말을 하지 않아도 식물들은 잘 자라고, (후략)
얼마 전 우연히 들어간 카페 건물 한구석에 비스듬히 세워진 플라스틱 트리를 봤다. 봄이 오기 전 이미 깊은 잠에 든 것 같은, 실은 잠에 든 척 속으로 어떤 생각에 잠긴 것 같은 트리였다. 이 시를 읽으며 그때 그 트리의 묵묵한 표정을 떠올린 동시에, 그 건물 어딘가 조용히 살고 있을지도 모를 존재를 상상했다. 어둠 속에 서서 어둠 속에 버려진 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가 그곳에도 있지 않을까. 아무도 알지 못하는 ‘4.5’층의 사람.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
복도가 길고 방이 아주 많은 건물에 대해서라면 나도 잘 알고 있다. 혼자인 일요일에 대해서도. 좁은 화분에 뿌리를 옹그리고 말없이 자라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어째서 익숙해지지 않는지. 때때로 서글퍼지는 마음. 어스름이 깔려 오는 복도에 서서 고개를 갸웃 내밀자 창에 비친 얼굴이 언제나처럼 낯설고 아득하다.
박소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