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사건 발생으로 경호 우려가 커졌음에도 찰스 3세 영국 국왕 내외가 예정대로 방미 일정을 진행한다. 다만, 대중행사는 일부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버킹엄궁은 이날 “찰스 3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과 배우자인 멜라니아 여사, 다른 참석자들이 (총격사건에서) 무사한 것에 크게 안도했다”며 국왕 부부의 미국 방문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커밀라 왕비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독립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7∼30일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미 이틀 전인 25일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사건이 발생해 방문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관심이 커졌다.
이에 대해 버킹엄궁은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대서양 양안에서 종일 진행된 논의 끝에 내려졌다”고 밝혀 보안 경호 문제를 두고 고심했음을 내비쳤다. 찰스 3세 국왕은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공개적으로 연락해 총격사건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킹엄궁은 “찰스 국왕 부부는 방미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 관계자들에게 감사해 하고 있고, 미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보안상의 이유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행사에는 약간의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00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 이루어지는 이번 방미에서 찰스 3세 국왕이 대중과 일부 접촉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찰스 3세 국왕이 순방에서 군중과 만나는 것을 선호했던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는 거의 모든 일정이 윈저성 안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안전구역인 윈저성을 드나들었고 일반 대중과의 접촉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결국 보안 문제로 대중 접촉은 매우 제한된 수준으로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국왕과 왕비의 국빈 방문을 위한 보안조치는 매우 엄격했지만 이제 보안 수준은 한 단계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런 존스 영국 재무부 정부수석차관은 “위험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안조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백악관이나 미국 의회같이 보안이 강화된 장소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는 일정 변경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전했다.
찰스 3세는 27일 워싱턴에 도착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면담한 뒤 영국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다. 28일 백악관 공식 환영식이 열리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28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199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처음이다. 29일 뉴욕 9·11 메모리얼을 찾아 유가족과 구조대원들을 위로한다. 30일 워싱턴으로 돌아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공식 작별인사를 나눈 뒤 버지니아주로 이동, 국립공원을 방문해 애팔래치아 문화를 체험하고 원주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찰스 국왕의 이번 방미는 미국과 영국이 이란전쟁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외교적 갈등을 빚는 가운데 추진돼 이미 전 세계적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강하게 비판해 왔고, 영국의 이민 및 에너지 정책에도 불만을 토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왕실과 국왕에 대한 존경과 호감을 지속적으로 표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그(찰스 국왕)을 수년 동안 잘 알고 지냈다”면서 이번 방미가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