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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산모 중증장애’도 국가가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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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법 개정안 입법 예고
불가항력 사고 땐 최대 1.5억
의료계 형사 처벌 부담 완화
의협 “중과실 기준 모호” 지적
시민단체 “면책 특혜” 반발도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의 범위를 ‘산모 중증장애’까지 넓힌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의 하위 법령이 구체화 작업에 들어서는 가운데,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사이의 입장차가 뚜렷해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28일부터 6월8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의 범위를 ‘산모 중증장애’까지 넓히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의 범위를 ‘산모 중증장애’까지 넓히기로 했다. 연합뉴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조정·중재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서 중과실이 없을 경우 형사 책임 부담을 기존보다 대폭 완화하는 게 골자다. 의료기관이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환자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손해를 전액 배상하면 의료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하위법령 개정은 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국가 책임을 산모 중증장애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신생아 뇌성마비, 산모 사망, 신생아 사망에 대해서만 국가가 보상하고 있다.

 

산모 중증장애는 태아가 산모의 태내에 있는 시간이 20주 이상 경과한 산모에게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만 과정 또는 분만 이후 이상 징후로 인해 중증장애가 발생했다고 판단된 경우다.

보상한도는 1억5000만원이다. 복지부는 6월8일까지 입법 예고하며 의견을 수렴한 뒤 해당 하위법령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의 입장차가 뚜렷했던 탓에 의료진의 형사특례 범위 등 핵심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됐다. 법 시행까지 남은 1년간 구체화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내용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등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사안은 형사 특례 조항이다.

개정안은 특례 적용 대상인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와 특례에서 제외되는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등을 시행령·시행규칙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중과실의 경우 설명이나 동의 내용과 다른 수술, 중대한 위험에 대한 설명과 동의 부재, 모니터링·처치·전원 미비, 기본적 안전관리 의무 위반, 지도 및 감독 소홀 등 12개의 유형으로만 나뉘었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모습. 뉴스1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모습. 뉴스1

이를 두고 의료계는 의료인의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면서도 중과실 기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중과실 기준이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확대해석될 우려가 큰 만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인의 사법 리스크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12대 중과실 부분이 해석의 여지가 넓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건의료인만이 면책 특혜를 누리고 피해자는 진술권마저 박탈당하는 위헌적 법안”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환자단체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제한받는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면서 “하위 법령 개정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번 법안 통과는 단순히 의료진에게 처벌 면제라는 특혜를 부여하는 게 아니다. 의료사고로 무너진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재건하고, 위축된 필수의료 현장을 정상화해 환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진료 현장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하위 법령 개정을 위해 의료계와 환자·소비자 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