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5차례 분뇨 제거 명령 어겨 유죄… 대법 “소명기회 안줬다면 위법”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절차 하자”… 70대 손 들어줘
벌금형 원심 깨고 파기환송

방치된 가축 분뇨를 치우라는 명령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70대 농부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행할 처분이 추가되거나 처분 간 시간 간격이 있다면 반드시 당사자가 의견을 밝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가축분뇨법 위반 혐의를 받는 A(71)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A씨는 충남 서산시장으로부터 2023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5차례 ‘야적해 방치된 가축 분뇨(퇴비) 5400t을 적법한 처리시설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요구받은 기간까지 이행하지 않자 재판에 넘겨졌다.

 

가축분뇨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방치된 가축 분뇨로 환경 오염이 우려되면 배출자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이행하지 않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재판에선 서산시의 명령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가 쟁점이었다. 행정절차법 21조에 따르면 행정청이 어떤 의무를 부여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려면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를 해 소명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A씨 측은 5차례 모두 서산시가 사전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2심은 서산시가 매번 새로운 명령을 한 게 아니므로 행정절차법상 소명을 듣지 않아도 되는 예외에 해당한다며 A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서산시가 2023년 4월 명령에 ‘농경지에 살포해서는 안 된다’는 조치를 추가했는데, 이를 ‘의견 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앞선 명령의 조치 사항을 구체화한 것을 넘어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인 만큼, 별도의 사항이 추가되고 조치 기간이 달라진 성질에 비춰 의견 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