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AI 시대, 뭘 배워야 살아남나요”…교육 전문가에게 물었다 [이동수는 이동중]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장 인터뷰
“AI로 교육 목적·방식·대상 모두 바뀌어”
문제 해결 성취감에 중년층도 ‘AI 삼매경’
“실행·설계·촉진 능력 갖춰야 AI 인재상
빠르게 성장하는 인재는 일정 패턴 보여”
지식 습득 넘어 실행해봐야 ‘진짜 교육’

“아이한테 코딩을 가르쳐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요즘 학부모 강연장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비개발자라도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코딩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안 그래도 모자란 학습 시간에 코딩까지 끼워 넣는 것이 ‘정답’인지 학부모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이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기술국장은 챗GPT가 나오기도 전인 2019년 이미 “코딩은 우리 시대의 기법일 뿐, 곧 구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OECD 공식 기고에서 “특정 코딩 언어의 문법보다 컴퓨팅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며 “알고리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알고리즘에 의해 조종당할 위험이 가장 크다”고 썼다. 코딩 방법 자체가 아니라, 코딩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논리적 사고법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 이동수 기자.
AI가 생성한 이미지. 이동수 기자.

학부모만 막막한 게 아니다. 40∼50대 직장인은 “나도 AI를 배워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20∼30대는 “배워봤자 결국 AI에 대체되는 거 아닌가” 되묻는다. 대세 AI 모델이 몇 달 단위로 세대 교체되는 환경에서, 지금 배운 게 1년 뒤에도 쓸모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이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도대체 이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 걸까.

 

지난 22일 정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KDT) 사업에서 AI·SW 인재를 양성해온 팀스파르타의 이은비 교육사업본부 본부장을 만났다. KDT는 고용노동부가 디지털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비 교육 사업이다. 팀스파르타는 이 사업에서 3년 연속 누적 취업생 수 1위를 기록하며 매년 수많은 수강생을 현장에 보내왔다. 그 과정에서 쌓인 교육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인재상에 대한 이 본부장의 관찰을 들어봤다. 김나인 기자가 함께 대담했다.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 AI 교육 시장이 정말 뜨겁습니다. AI 업계에서 ‘돈 버는 곳은 교육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변화의 핵심은 뭔가요.

 

=세 가지가 바뀌고 있어요. 우선 교육의 목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AI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AI로 내 일에서 뭘 바꿨느냐’가 중요해요. AI를 배웠다,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예스·노는 별로 도움이 되는 질문이 아닌 시대가 됐어요. 둘째, 방식도 바뀌었어요. 이론 수업이 아니라 내 실제 업무에 AI를 결합해 실험해보는 프로젝트 중심 학습으로 이동하고 있고요. AI의 도움이 있으니까 내 업무를 당장 결합해서 시도해봐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이 줄었거든요. 나의 사수가 굉장히 많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죠. 셋째, 대상이 확 넓어졌습니다. 개발자나 IT 직군만 배우던 시대에서, 경영지원·재무·마케팅할 것 없이 전 직무가 AI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형태로 교육이 바뀌고 있습니다.

 

― 교육 대상이 넓어졌다는 게 체감되세요? 실제로 40∼50대 수강생도 오는지.

 

= 많이 늘었어요. 40대에서 60대 사이 직장인분들이 AI 리터러시를 배우러 오시는 비중이 확실히 커졌습니다. 직무·연령대와 상관없이, 본인의 일에서 AI를 통한 혁신을 하고 싶어서 찾아오시는 거예요.

 

― 그 배경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는 건가요. ‘AI 안 배우면 도태된다’는 공포 같은 게.

 

= 도태에 대한 위기감보다는, 내가 모르던 걸 AI로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게임 개발을 배우시는 분들이 있는데, 원래 개발자는 디자인을 못 하잖아요. 근데 디자인이나 기획적인 요소가 게임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예전에는 그래서 항상 결과물의 디자인이 아쉬웠거든요. 지금은 AI 덕분에 그런 것도 자신 있게 접근해요. 못 하던 영역을 해결할 수 있게 되니까 더 적극적으로 배우게 되는 거죠.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보이시나요.

 

= 2∼3년 전을 돌아보면, 백엔드(서버·데이터 처리) 개발자분들이 프로젝트 최종 발표를 하실 때 “저는 프론트엔드(화면·디자인) 지식이 없어서 서비스 외관은 별로예요”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프론트엔드도 뚝딱 만들어 오세요. AI의 도움이 있으니까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한정하지 않고 커버리지를 넓히는 측면에서 적극성이 확실히 좋아졌어요.

 

― ‘AI 비서’들이 생기면서 한 사람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시대가 폭포처럼 밀려오고 있는 거네요. 근데 반대로, 모든 방면을 다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도 있을 수 있잖아요.

 

= 그럴 수 있어요. 앞으로 좀 더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수도 있고요.

 

―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 저는 세 단계로 보고 있어요. 첫 번째는 ‘실행’이에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AI를 통해 가볍고 빠른 실험들로 성과를 개선하는 거. 이게 기본기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설계’예요. 내 일만이 아니라 내가 소속된 팀의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고 통폐합할 수 있는 역량이죠. 세 번째는 ‘촉진’인데, 조직 전체를 관성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거예요. 이건 보통 리더나 경영진이 하시는 일이죠. 팀스파르타도 사내에 계속 이런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이 규정한 ‘AI 인재상’을 AI로 도식화한 모습. 이동수 기자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이 규정한 ‘AI 인재상’을 AI로 도식화한 모습. 이동수 기자

― 교육 현장에서 관찰한 재밌는 점이 있으시다면.

 

= 저희가 교육할 때 가장 큰 블로커가 학습이 느린 분들이에요. 이분들은 항상 “이걸 물어봐도 되나, 나만 모르는 거 아닌가” 하면서 질문을 못 하세요. 주변 친구들은 다 알 텐데 어떡하지, 싶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계시는 거죠. 그런데 AI 튜터 ‘에이타니’가 생기고 나서 패턴을 보면, 거기다 질문을 엄청 열심히 하세요. 남들한테 물어보기 민망한 걸 AI한테 먼저 물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그다음에 사람 튜터를 찾아오세요. 속내에 있는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 수많은 수강생의 학습 궤적을 보고 계시잖아요.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에게 공통 패턴이 보이시나요.

 

= 확실히 있어요. 첫째, 문제를 잘 골라내는 사람이에요. AI가 뭔가를 계속 뱉어주긴 하지만 그중에 내가 집중해야 할 문제가 뭔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이 컵을 ‘잘 팔고 싶다’는 건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컵에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서 그거에 집중해야 하는 건데, 그걸 잘하시는 분이 통상 적응도 빨라요. 두 번째는 실행이 빨라요. 너무 기획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고, 자꾸 실행에 옮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해 나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큰 과제를 잘게 쪼개는 능력이에요. 큰 덩어리만 보고 있으면 일이 진전되지 않거든요. 10개로 쪼개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쌓아나가는 능력, 이게 실행력을 높여주는 것과도 한 몸이에요.

 

― 말씀하신 세 가지는 AI 이전에도 원래 일 잘하는 사람의 특성 아닌가요.

 

= 맞아요. 사실 AI가 아니더라도 원래 ‘일잘러’인 분들이에요. 근데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직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거예요. 게임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결과물을 풀사이클로 완성할 수 있으면 훨씬 빠르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거든요. 결국 경계를 넘나드는 실행력이 중요한 거죠.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 코딩 교육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는 환경에서, 팀스파르타가 코딩을 가르치는 비중이 줄었나요.

 

= 아니요, 줄이지 않았어요. 코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AI가 만든 결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거든요. 이전에는 구현력, 그러니까 코드를 얼마나 잘 짜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왜 이 문제를 선택했고, 왜 이걸 문제라고 생각했고, 이걸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해졌어요. 의사결정마다 왜 이 결과가 맞는지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 해석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커리큘럼을 계속 개선하고 있습니다.

 

― 팀스파르타 내부에서도 AI를 그렇게 쓰고 계세요?

 

= 저희 전 직원이 입사하면 AI 교육부터 받게 돼 있어요. 클로드 코드 등 AI 도구들을 교육받고 과제도 통과해야 합니다. 하루를 통째로 쓰는 교육인데, 매달 타운홀 미팅에서 전 직원이 AI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자유롭게 발표도 해요. 예를 들어 어떤 분은 출근 전에 AI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슬랙 메시지를 요약하고, 노션에 할 일을 정돈해놓고 온다고 발표하셨어요. 그러면 다른 분들이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물어보면서 서로 배우는 거죠. 팀스파르타는 전 조직의 AI 전환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그 기회가 없었으면 저도 지금 수준으로 활용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이은비 팀스파르타 교육사업본부 본부장. 유희태 기자

― 마지막으로 ‘코딩을 가르쳐야 하나요?’라는 학부모 질문에 교육 전문가로서 한마디 해주신다면.

 

= 코딩 자체를 가르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문제를 정의하고 의사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AI 모델은 2∼3개월마다 대세가 바뀌지만, 어떤 문제에 집중할지 고르고 실행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거든요. 그 역량은 코딩이든 다른 어떤 도구든, 직접 부딪혀보면서 길러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 결국 어른이든 아이든, 답은 같은 곳에 있는 거군요. 도구는 바뀌어도 문제를 찾고 부딪혀보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

 

= 네. 교육이 의미하는바 자체가 바뀌었다고 봐요. 지식을 머리에 흡수하는 게 학습이 아니라, 그걸로 실행해보는 것까지가 학습이에요. 내 일에서 AI로 뭔가를 실험해보고, 프로세스를 바꿔보고, 실패해보고. 그게 됐을 때 비로소 ‘교육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