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한테 코딩을 가르쳐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요즘 학부모 강연장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비개발자라도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코딩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안 그래도 모자란 학습 시간에 코딩까지 끼워 넣는 것이 ‘정답’인지 학부모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이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기술국장은 챗GPT가 나오기도 전인 2019년 이미 “코딩은 우리 시대의 기법일 뿐, 곧 구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OECD 공식 기고에서 “특정 코딩 언어의 문법보다 컴퓨팅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며 “알고리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알고리즘에 의해 조종당할 위험이 가장 크다”고 썼다. 코딩 방법 자체가 아니라, 코딩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논리적 사고법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학부모만 막막한 게 아니다. 40∼50대 직장인은 “나도 AI를 배워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20∼30대는 “배워봤자 결국 AI에 대체되는 거 아닌가” 되묻는다. 대세 AI 모델이 몇 달 단위로 세대 교체되는 환경에서, 지금 배운 게 1년 뒤에도 쓸모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이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도대체 이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 걸까.
지난 22일 정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KDT) 사업에서 AI·SW 인재를 양성해온 팀스파르타의 이은비 교육사업본부 본부장을 만났다. KDT는 고용노동부가 디지털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비 교육 사업이다. 팀스파르타는 이 사업에서 3년 연속 누적 취업생 수 1위를 기록하며 매년 수많은 수강생을 현장에 보내왔다. 그 과정에서 쌓인 교육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인재상에 대한 이 본부장의 관찰을 들어봤다. 김나인 기자가 함께 대담했다.
― AI 교육 시장이 정말 뜨겁습니다. AI 업계에서 ‘돈 버는 곳은 교육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변화의 핵심은 뭔가요.
=세 가지가 바뀌고 있어요. 우선 교육의 목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AI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AI로 내 일에서 뭘 바꿨느냐’가 중요해요. AI를 배웠다,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예스·노는 별로 도움이 되는 질문이 아닌 시대가 됐어요. 둘째, 방식도 바뀌었어요. 이론 수업이 아니라 내 실제 업무에 AI를 결합해 실험해보는 프로젝트 중심 학습으로 이동하고 있고요. AI의 도움이 있으니까 내 업무를 당장 결합해서 시도해봐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이 줄었거든요. 나의 사수가 굉장히 많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죠. 셋째, 대상이 확 넓어졌습니다. 개발자나 IT 직군만 배우던 시대에서, 경영지원·재무·마케팅할 것 없이 전 직무가 AI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형태로 교육이 바뀌고 있습니다.
― 교육 대상이 넓어졌다는 게 체감되세요? 실제로 40∼50대 수강생도 오는지.
= 많이 늘었어요. 40대에서 60대 사이 직장인분들이 AI 리터러시를 배우러 오시는 비중이 확실히 커졌습니다. 직무·연령대와 상관없이, 본인의 일에서 AI를 통한 혁신을 하고 싶어서 찾아오시는 거예요.
― 그 배경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는 건가요. ‘AI 안 배우면 도태된다’는 공포 같은 게.
= 도태에 대한 위기감보다는, 내가 모르던 걸 AI로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게임 개발을 배우시는 분들이 있는데, 원래 개발자는 디자인을 못 하잖아요. 근데 디자인이나 기획적인 요소가 게임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예전에는 그래서 항상 결과물의 디자인이 아쉬웠거든요. 지금은 AI 덕분에 그런 것도 자신 있게 접근해요. 못 하던 영역을 해결할 수 있게 되니까 더 적극적으로 배우게 되는 거죠.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보이시나요.
= 2∼3년 전을 돌아보면, 백엔드(서버·데이터 처리) 개발자분들이 프로젝트 최종 발표를 하실 때 “저는 프론트엔드(화면·디자인) 지식이 없어서 서비스 외관은 별로예요”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프론트엔드도 뚝딱 만들어 오세요. AI의 도움이 있으니까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한정하지 않고 커버리지를 넓히는 측면에서 적극성이 확실히 좋아졌어요.
― ‘AI 비서’들이 생기면서 한 사람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시대가 폭포처럼 밀려오고 있는 거네요. 근데 반대로, 모든 방면을 다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도 있을 수 있잖아요.
= 그럴 수 있어요. 앞으로 좀 더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수도 있고요.
―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 저는 세 단계로 보고 있어요. 첫 번째는 ‘실행’이에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AI를 통해 가볍고 빠른 실험들로 성과를 개선하는 거. 이게 기본기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설계’예요. 내 일만이 아니라 내가 소속된 팀의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고 통폐합할 수 있는 역량이죠. 세 번째는 ‘촉진’인데, 조직 전체를 관성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거예요. 이건 보통 리더나 경영진이 하시는 일이죠. 팀스파르타도 사내에 계속 이런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 교육 현장에서 관찰한 재밌는 점이 있으시다면.
= 저희가 교육할 때 가장 큰 블로커가 학습이 느린 분들이에요. 이분들은 항상 “이걸 물어봐도 되나, 나만 모르는 거 아닌가” 하면서 질문을 못 하세요. 주변 친구들은 다 알 텐데 어떡하지, 싶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계시는 거죠. 그런데 AI 튜터 ‘에이타니’가 생기고 나서 패턴을 보면, 거기다 질문을 엄청 열심히 하세요. 남들한테 물어보기 민망한 걸 AI한테 먼저 물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그다음에 사람 튜터를 찾아오세요. 속내에 있는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 수많은 수강생의 학습 궤적을 보고 계시잖아요.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에게 공통 패턴이 보이시나요.
= 확실히 있어요. 첫째, 문제를 잘 골라내는 사람이에요. AI가 뭔가를 계속 뱉어주긴 하지만 그중에 내가 집중해야 할 문제가 뭔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이 컵을 ‘잘 팔고 싶다’는 건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컵에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서 그거에 집중해야 하는 건데, 그걸 잘하시는 분이 통상 적응도 빨라요. 두 번째는 실행이 빨라요. 너무 기획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고, 자꾸 실행에 옮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해 나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큰 과제를 잘게 쪼개는 능력이에요. 큰 덩어리만 보고 있으면 일이 진전되지 않거든요. 10개로 쪼개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쌓아나가는 능력, 이게 실행력을 높여주는 것과도 한 몸이에요.
― 말씀하신 세 가지는 AI 이전에도 원래 일 잘하는 사람의 특성 아닌가요.
= 맞아요. 사실 AI가 아니더라도 원래 ‘일잘러’인 분들이에요. 근데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직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거예요. 게임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결과물을 풀사이클로 완성할 수 있으면 훨씬 빠르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거든요. 결국 경계를 넘나드는 실행력이 중요한 거죠.
― 코딩 교육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는 환경에서, 팀스파르타가 코딩을 가르치는 비중이 줄었나요.
= 아니요, 줄이지 않았어요. 코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AI가 만든 결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거든요. 이전에는 구현력, 그러니까 코드를 얼마나 잘 짜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왜 이 문제를 선택했고, 왜 이걸 문제라고 생각했고, 이걸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해졌어요. 의사결정마다 왜 이 결과가 맞는지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 해석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커리큘럼을 계속 개선하고 있습니다.
― 팀스파르타 내부에서도 AI를 그렇게 쓰고 계세요?
= 저희 전 직원이 입사하면 AI 교육부터 받게 돼 있어요. 클로드 코드 등 AI 도구들을 교육받고 과제도 통과해야 합니다. 하루를 통째로 쓰는 교육인데, 매달 타운홀 미팅에서 전 직원이 AI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자유롭게 발표도 해요. 예를 들어 어떤 분은 출근 전에 AI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슬랙 메시지를 요약하고, 노션에 할 일을 정돈해놓고 온다고 발표하셨어요. 그러면 다른 분들이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물어보면서 서로 배우는 거죠. 팀스파르타는 전 조직의 AI 전환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그 기회가 없었으면 저도 지금 수준으로 활용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코딩을 가르쳐야 하나요?’라는 학부모 질문에 교육 전문가로서 한마디 해주신다면.
= 코딩 자체를 가르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문제를 정의하고 의사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AI 모델은 2∼3개월마다 대세가 바뀌지만, 어떤 문제에 집중할지 고르고 실행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거든요. 그 역량은 코딩이든 다른 어떤 도구든, 직접 부딪혀보면서 길러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 결국 어른이든 아이든, 답은 같은 곳에 있는 거군요. 도구는 바뀌어도 문제를 찾고 부딪혀보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
= 네. 교육이 의미하는바 자체가 바뀌었다고 봐요. 지식을 머리에 흡수하는 게 학습이 아니라, 그걸로 실행해보는 것까지가 학습이에요. 내 일에서 AI로 뭔가를 실험해보고, 프로세스를 바꿔보고, 실패해보고. 그게 됐을 때 비로소 ‘교육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