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검찰 개편 법률들의 폐해를 꼬집으며 한 말이다. ‘특검 중독’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특검에 집착하는 민주당의 태도 이면에는 사실상 ‘수사·기소 분리는 비효율적’이라는 사고 방식이 깔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4회)에 합격한 뒤 1995년 검사로 임용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2007년 변호사가 됐다. 이후 검찰 개혁을 외치며 정계에 입문해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으로 서울 강서갑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반대하다가 징계를 받았고, 결국 2020년 10월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현재 B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금태섭의 아침 저널’ 진행자로 활동하며 검찰·사법 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종종 패널로 나서는 금 전 의원을 27일 그의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나 여권의 검찰·법원 개편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금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여당이 검찰 개혁이란 명분 아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법 입법을 밀어붙였다.
“공소청이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 주장을 처음 꺼낸 사람이 나다. 그건 특수부에 관한 얘기였지 ‘검찰을 없애자’는 뜻이 아니었다. 특수부 검사는 경찰이나 다름없다. 검찰의 핵심 임무는 특수부처럼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경찰 수사를 보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게 된 것은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공적이다. 특수부만 없애면 될 것을 형사부까지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한국 검찰 개혁의 비극이다.”
―중수청·공소청 병립 체제 아래에서 범죄 수사 시스템은 어떻게 될까.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를 떠올려 보면 공수처, 검찰, 경찰 가운데 누가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지를 놓고 허둥지둥했다. 내란은 워낙 중대한 사안이고 국민적 관심이 쏠린 만큼 어찌 됐든 정리가 되고 수사·기소가 이뤄졌다. 그런데 평범한 일반 시민은 어떨까. 요즘 억울한 일을 당해 고소·고발을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결론이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는 의뢰인들이 많다. 사건이 끝나기까지 2년가량 걸리기 일쑤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막다른 골목에 처하는 반면 가해자들은 법률을 악용해 구멍을 파고 빠져 나간다. 이 구멍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나. 사건 암장(暗葬)을 막기 위해 과거와 같은 ‘전건(全件) 송치’의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이미 너무 엉망이 됐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하나만 갖고서는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전건 송치도 당연히 되살려야 한다. 민주주의는 신뢰가 아니고 견제가 핵심이다. 검찰과 경찰 간에도 서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전건 송치가 폐지된 뒤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몇 년을 떠돌아 다녀도 검찰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다. 그저 ‘알아서 하세요’ 할 뿐이다.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가운데 고소·고발인들만 하소연을 한다. 이런 게 개혁이라니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오는 10월 공소청 출범과 동시에 현행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은 각각 ‘광역공소청’, ‘지방공소청’이 된다. 검찰총장 명칭이 그대로 남는 것과 달리 고검장은 ‘광역공소청장’, 지검장은 ‘지방공소청장’이란 생경한 이름으로 불리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여당이 말하는 검찰 개혁의 목적이 검찰을 혼내주는 것이니까 그렇다”며 “검사들에게 망신을 주려는 징벌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을 잡았으면 모든 관청 공무원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너무 무책임하고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법률 적용이나 해석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법왜곡죄 신설은 어떤가.
“무척이나 추상적인 규정으로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법률이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처벌을 받는지, 또 어떤 벌이 내려질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 소수자이든 권력자이든 똑같은 적용이 가능하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 형법에 있었던 ‘반사회적 행위를 처벌한다’라는 규정이 떠오른다. 문명 사회에서 법왜곡죄와 비슷한 법률을 찾을 수 없을 지경이다. 다만 누군가 법왜곡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 뻔한 만큼 현실적으로 큰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
―법왜곡죄가 무엇보다 판검사들의 재판 및 수사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내가 과거 공수처 신설에 반대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 대상이 약 8000명이라면 그중 3000명이 판사, 2000명이 검사였다. 처음부터 판검사를 집중 수사하는 것이 그 조직의 목적이다. 판검사들이 고소 등을 당해 공수처 조사를 받으면 소신을 지키기 어렵고 아무래도 방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판사들은 무조건 상급심 판례 그대로 판결하고 검사들은 가급적 기소를 회피하는 식이다. 법왜곡죄도 마찬가지다. 사법부 독립과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심대하게 해칠 수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제는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 헌재의 견해다. 다만 헌재가 법원 판결을 무효화하는 경우 그 후속 절차를 놓고선 법조계와 법학계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해 금 전 의원은 “법원 판결이 취소되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입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말하는 사법 개혁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대법원에 벌을 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어느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검찰·사법 개편 입법 중에서도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늘린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선 나름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대법관들의 사건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은 실질적으론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대법원과 대법관의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치인들은 자꾸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들어 사법의 영역을 축소하려 든다. 베네수엘라 등 세계의 권위주의 정권들을 보면 하나같이 대법관 증원을 추진한다. 심지어 미국도 1930년대 대통령의 힘이 강해지면서 대법관을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 유신 정권이나 5공화국 시절 대법관을 그냥 ‘대법원판사’라고 불렀다. 다 사법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대법관이 늘어나도 어느 정도 자질을 갖춘 법조인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정치권에서 별스러운 사람들을 다 대법원에 집어넣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실력과 경륜을 갖추고 존경을 받는 법률가들 말고 극단적 견해를 지닌 사람들이 대법원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의원에 비유하면 이른바 ‘공격수’ 내지 ‘저격수’ 같은 이들이 대법원 내에 포진할 수 있다. 당장 전원합의체만 해도 지금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되는 것과 비교해 20명 넘게 참여하게 되면 개개인의 책임감이 옅어지며 극단적 의견이 제시될 것이 뻔하다. 대법원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