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식음료 브랜드의 한국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인 헤이티, 차백도에 이어 ‘차지(Chagee·패왕차희)’까지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마라탕과 훠궈로 시작된 중식 프랜차이즈 열풍이 음료 카테고리로 확산하며 외식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중국 내 시장 포화로 성장세가 주춤하자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헤이티·차백도 이어 차지 상륙 …“프리미엄 밀크티로 승부”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지는 오는 30일 서울 강남·신촌·용산에 매장 3곳을 동시에 열고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2017년 중국 윈난성에 첫 매장을 연 이후 전 세계 7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차지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지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음료 시장에서 프리미엄 경험을 앞세워 소비자 신뢰 확보와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차지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좌현 차지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수준 높은 카페 문화, 품질과 경험에 대한 높은 기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갖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커피 수요가 강하지만 건강한 음료와 프리미엄 음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차지가 글로벌로 확장하는 데 전략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차지는 매장에서 직접 우려낸 찻잎에 신선한 우유를 더한 프리미엄 밀크티를 내세워 ‘중국의 스타벅스’로 불린다. 지난해 4월엔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중국 일정 중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차지 밀크티를 마신 뒤 “이거 뭐야? 짱 맛있어”라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화제가 되며 입소문이 났다.
차지는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해 당분간 가맹 사업 없이 직영 체제로 운영한다. 3개 매장의 운영 성과와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진출 초기 브랜드가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기준을 먼저 깊이 이해하고 단계적으로 확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중국 브랜드 ‘춘추전국 시대’…한국 진출 배경은
업계에서는 중국 대형 차 브랜드 차지의 진출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국내 밀크티 시장은 2012년 대만에서 진출한 ‘공차’가 점령하고 있었다. 여기에 2022년 미쉐를 시작으로 차백도, 헤이티, 아운티 제니 등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진출 후 주요 상권에 안착한 상태다. 특히 명동 등 관광 상권에 위치한 일부 매장은 여전히 긴 대기줄이 형성될 정도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한국 공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중국 내수 시장 포화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본토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시장에 밀집하면서 경쟁이 과열된 영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년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를 보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해외 점포 수는 830개로 2020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까지 치열해지자 해외 시장을 통해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해외 진출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K-컬처 확산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소비자 취향 변화에 민감하고 품질 기준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마라탕과 훠궈 등 중화권 음식이 대중화되면서 중국 식음료 전반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프리미엄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코리아 매출은 2021년 약 200억원에서 지난해 1177억원으로 4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중국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의 한국 법인인 한국탕화쿵푸의 매장 수 역시 2019년 127개에서 현재 500개를 넘어섰다. 과거 저가 이미지에 머물렀던 중국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최근에는 품질과 개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용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시장 포화로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한국은 소비자 눈높이가 높고 취향이 까다로워 베타 테스트에 최적화된 시장으로 인식된다”며 “한국에서 검증된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 진출한 일부 중국 기업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K’ 이미지를 붙여 다시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역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며 “젊은 층에서는 반중 정서와 소비가 분리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프리미엄이나 경험을 앞세운 브랜드에 대한 수용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