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인 지뢰를 묘사할 때, 지뢰에서 발을 떼면 폭발한다는 설정을 둔다. 지뢰를 밟고 움직이지 못해 몇 날 며칠간 같은 장소에서 고군분투하는 영화 ‘만남의 광장’ 속 배우 류승범의 연기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영화 속 묘사와 같을까? 지뢰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또 어떻게 작용하는 무기일까.
◆ 실제 지뢰는 ‘이렇게’ 터진다
영화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대인용 지뢰는 작동 방식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압력식·감지식·도약식·지연신관 등이 대표적이다. 압력식 지뢰의 경우 밟는 순간 신관이 반응해 즉시 폭발한다. 발을 떼는 과정과는 무관하다. 지뢰를 밟는 순간 이미 치명적인 피해가 예견된 셈이다. 감지식 지뢰는 철사·압력·진동 등 특정 조건에서 폭발한다. 예를 들어 얇은 와이어 등이 설치돼 이를 건드리거나 넘어뜨리면 신관이 작동한다. 즉 압력식은 ‘밟으면’, 감지식은 ‘건드리면’ 터진다.
도약식 지뢰는 밟은 즉시 1차 장약이 작동하지만 곧바로 폭발하지 않고, 공중으로 튀어 오른 뒤 폭발한다. 압력식 지뢰의 피해 범위가 발 주변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도약식 지뢰는 사람의 허리나 배 높이까지 피해 범위가 확대된다. 파편이 수평으로 확산되면서 다수의 인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지연신관 지뢰는 밟은 뒤 수초 후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발을 떼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작동한 상태에서 시간차를 두고 폭발하는 메커니즘이다.
◆ 목표 대상에 따라 크게 대인용·대전차용으로 나뉘어
지뢰는 크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인용 지뢰’와 전차를 대상으로 하는 ‘대전차용 지뢰’로 분류된다. 대인용 지뢰는 작은 압력에도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5~20㎏의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한다. 즉사를 노리기보다는 보병에게 부상을 입혀 이동을 지연·차단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대전차용 지뢰는 폭발하려면 대인용보다 훨씬 큰 압력이 필요하다. 차량이나 중장비 정도의 하중이 가해질 때 폭발한다. 차량 하부를 파괴하거나 전차의 ‘궤도’를 손상시킬 목적으로 설치된다. 이 중에서 우리가 드라마·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인용 지뢰다.
◆ 그럼 발을 떼야 터지는 지뢰는 존재하지 않나?
앞서 소개한 작동 방식 외에도 ‘압력해제’ 방식의 지뢰가 존재한다. 압력 변화에 따라 폭발하는 메커니즘이다. 여기서부터 오해가 발생한다. ‘밟은 상태를 유지하면 압력이 가해지므로 ‘밟고 있으면 터지지 않는 지뢰’가 실재한다’는 오해다.
하지만 압력해제 방식의 지뢰는 ‘밟았다가 발을 떼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계된 무기가 아니다. 이미 설치된 지뢰를 들어 올리거나 제거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목적이 다르다. 압력해제 장치가 ‘발을 떼면 터지는 지뢰’의 오랜 근거로 여겨졌지만, 실제 보행 중인 대상을 노리고 설치되는 상황은 찾기 어렵다.
굳이 즉각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작동 방식을 두고 압력해제 방식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영화 ‘만남의 광장’이나 ‘공동경비구역 JSA’ 등에 등장하는 ‘밟고만 있으면 터지지 않는 지뢰’는 현실의 무기 체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 극중에선 ‘왜 발을 떼야 터진다’가 됐나
이는 기술이 아닌 서사 장치에서 비롯된 클리셰다. 영상 연출에서 지뢰의 ‘즉시 폭발’은 곧 장면의 종료를 의미한다. 반면 ‘발을 떼면 폭발한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지속할 수 있다. 배우가 대사를 읊을 수도 있고, 선택의 순간도 연출할 수 있다. 희생이나 구조 등 극적인 장면도 연출 가능하다.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뢰는 ‘무기’ 그 자체보다 ‘극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허구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드라마 속 지뢰에 대한 연출이 오랜 시간 크게 변화하지 않은 이유다.
다양한 작품에서 지뢰를 극적인 소재로 사용하면서 보편적인 지뢰의 기능이 왜곡돼왔다. 분쟁 지역 등 일상에서 실제로 지뢰의 위협에 직면한 민간인들에게는 잘못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뢰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식을 넘어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