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난 23일 전략공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전까지 의원직을 갖고 있던,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구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의원 시절부터 보좌해 지역 이해도가 높은 후보”라고 발탁 사유를 밝혔다. 김 후보는 공천 발표 직후 “송영길 대표가 닦아오신 계양 발전의 밑그림 위에 이 대통령 곁에서 배운 실용정치로 혁신을 더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 후보의 정치 입문은 현장 취재 경험에서 비롯됐다. 1979년 경기 부천 출생으로 방송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2014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이며 공직에 합류했다. 이후 12년간 성남시 대변인, 경기도 언론비서관, 대선 캠프 대변인, 국회 보좌관, 당대표 정무부실장을 거쳐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발탁됐고, 같은해 9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방행정 현장에서 청와대까지 이 대통령의 모든 국면을 함께 통과한 흔치 않은 이력이다. 그는 계양을 출마를 위해 지난 2월20일 대변인직에서 사직했다.
그가 이 대통령과 함께해온 12년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드물게 굵직한 시기였다. 이 대통령은 2010∼2018년 성남시장, 2018∼2021년 경기도지사를 각각 지냈다. 성남시장 재임 중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 후 3년 6개월 만에 부채를 상환했고, 청년배당·무상교복·공공 산후조리원 등 이른바 ‘성남형 3대 무상복지’를 추진했다. 경기지사 시절에는 청년 기본소득과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을 전국 최초로 시행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모델이 됐다. 두 정책 모두 추진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행정·소송 마찰을 겪었으나, 결과적으로 “체감되는 정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 대통령의 대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김 후보는 메시지·공보 라인을 일관되게 맡으며 정책 의도와 진의를 지역민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2023년 이 대통령의 두 번째 단식 당시에는 ‘밤사이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민주당 대표실 옆 회의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잤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2024년 1월 부산 흉기 피습, 같은해 12월 비상계엄 정국에서도 핵심 그룹의 일원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계정 관리도 후보 시절부터 김 후보가 전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의 입과 같은 SNS를 맡긴 것은 신뢰의 깊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 후보의 무대는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9월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찾아 개장 벨을 직접 누른 바 있다. 당시 김 후보는 제1부속실장 자격으로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경제·금융라인과 함께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을 알리는 현장에 동행했다.
정치권과 언론계의 평은 호의적인 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5개월간의 대변인 활동 중 큰 마찰 없이 메시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후보는 지난달 2일 인천 경인교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 대통령에게 배운 세 가지’로 “책임, 총력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 돈을 안 쓰는 것”을 꼽았었다. 또 이 자리에서 “정치는 약속을 멋있게 하는 게 아니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화려한 수사보다 실행과 신뢰를 앞세우는 그의 정치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김남준 라인’의 경로를 미국식 지역정치 모델에 비유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지역사회의 조직가에서 출발해 일리노이주 의회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백악관에 입성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델라웨어주 카운티 의원에서 시작해 6선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뒤 부통령·대통령에 각각 올랐다. 지방행정과 지역구 의원 경력을 거쳐 전국 무대로 확장해가는, 미국 정치의 정통 경로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경기도라는 기초·광역 행정단위에서 검증을 거친 뒤 대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에서는 드문 사례로 분류되며, 김 후보 역시 그 경로의 한복판을 함께 통과해왔다.
김 후보가 마주할 계양을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지낸 이 지역에서, 이 대통령은 2022년 6월 보궐선거 당선 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연달아 승리하며 재선을 거둔 바 있다.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는 연말 첫 입주가 예정돼 있으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과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연장 등 교통 공약은 미완 상태다. 작전서운동·계산2동 등 원도심 정비의 지연, 거센 폐업 압박에 시달리는 자영업·소상공인, 50대 이상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고령화 흐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 후보는 지난 27일 인천시청 기자실을 찾아 정책 방향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되면서 도시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앞서 제안했던 ‘수도권 오버홀’ 개념으로 지역 여건에 맞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버홀은 기계나 엔진을 완전히 분해·정비해 재조립하는 작업을 뜻하는 용어로, 기존 정책 틀을 원점에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계양을 압박으로 핵심 제약으로는 “그린벨트, 군사 보호시설 규제, 공항으로 인한 고도 제한 등 3중 규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계양테크노밸리 기업 유치, 3기 신도시 개발, 지하철 연장 등 지역 현안을 복합적으로 들여다본 뒤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단편적 공약 나열이 아닌 종합적 접근을 예고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조기 대선으로 당선되면서 계양 국회의원 임기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지역사회의 아쉬움이 있다”며 “곁에서 지켜봤던 이 대통령의 정책과 공약을 계승해 잘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번 6·3 보궐선거는 이 대통령 지역구의 정치적 승계 여부와 함께 지방행정·중앙정치를 두루 거친 김 후보가 풀뿌리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낼지를 주목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정훈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 UN SDGs 협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