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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kt 8년차 무명 강민성 “데뷔 첫 끝내기, 상상 그 이상의 짜릿함… 제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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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정훈 기자]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에세이 제목으로 유명한 이 문구는 스포츠 세계에서 오랜 무명 기간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덕분에 기어코 잠재력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무명 선수들에게 딱 어울린다.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도 이 문구에 딱 어울리는 선수가 탄생했다. kt의 프로 8년차 무명의 대타, 대수비 요원 강민성(27)이 데뷔 첫 끝내기 안타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널리 알렸다.

2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0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KT 강민성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0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KT 강민성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성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와의 홈 경기에 연장 10회말 2사 1,2루에서 끝내기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kt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강민성의 출발은 벤치였다. 그리고 부름을 받지 못하고 경기가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3-5로 뒤진 9회말 kt가 최원준의 내야안타,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극적으로 5-5 동점을 만들어내 승부가 연장으로 향하면서 강민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강철 감독은 연장 10회초 강민성을 3루 대수비의 역할을 맡겼다. 이어진 10회말 공격. kt가 1사 후 권동진의 내야안타, 김상수의 볼넷으로 1,2루 기회를 잡았다. 유준규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9번 타자로 들어간 강민성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 7년간 몇 차례 되지 않는 1군에서의 타석에서 과감하지 못하고 주저했던 강민성이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노림수를 제대로 갖고 들어갔고, LG의 우완 불펜 김진수의 초구 커브가 바깥쪽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자 벼락같이 배트를 돌렸다. 잘 맞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졌고, 빠른 발의 권동진이 홈에 들어오기엔 충분한 타구였다. 데뷔 첫 끝내기 안타에 강민성 앞선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후배 유준규가 달려왔고, 강민성도 힘껏 껴안으며 포효했다. 다른 팀 동료들도 달려와 물 세례로 축하했고, 프로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만끽했다.

 

젖은 머리로 더그아웃 뒤편에서 취재진과 만난 강민성의 얼굴에는 기쁨의 환희와 꽃피우지 못했던 지난 7년간의 회한 등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었다. 소처럼 큰 눈에서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취재진과 10분 가량 진행한 인터뷰 동안 몇 번이나 촉촉이 젖기도 했다.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 얘기를 할 땐 울컥하기도 했다.

 

강민성에게 소감을 묻자 “대기 타석에 있을 때 유한준 코치님과 ‘변화구를 노려서 한 번 쳐보자’라고 얘기를 하고 들어갔어요”면서 “제가 지난 시즌에 많은 실패를 했었는데, 올해만큼은 그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어요. 속으로 ‘주저하지 말자고, 그냥 어차피 못 칠 수도 있는거고 잘 쳐봤자 열 번 중에 세 번 안타치는 건데 그냥 편하게 과감하게 치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인드를 다르게 먹고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라고 끝내기 안타의 비결을 설명했다.

2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0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KT 강민성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0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KT 강민성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성은 지난 시즌 1군에서 25경기 36타석의 기회를 받았다. 이게 데뷔 후 가장 많이 얻은 기회였다. 2019년 kt의 2차 6라운드 51순위로 지명받아 프로에 데뷔했지만, 군복무 등으로 1군 무대에 처음 오른 건 2023년이었다. 지난해까지 4년간 1군 통산 성적은 38경기 타율 0.094(53타수 5안타) 1타점 5볼넷이 전부였다. 이날이 올 시즌 네 번째 출장이었지만, 타석은 처음이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1.000(1타수 1안타) 1타점. 10할 타자다. 덕분에 통산 타율도 0.111(54타수 6안타)로 1할대를 넘어섰다.

 

프로에서 친 6개 안타 중 이날 친 게 가장 극적이었다. 강민성은 “방망이에 맞는 순간 안타라고 느꼈다. 그래도 타구를 보기보다는 1루에 빨리 뛰어가는 게 먼저였다”면서 “프로 입단 후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하면서 프로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을 많이했다. 2군에서 생활할 때도 1군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다. 2군에선 끝내기 안타를 쳐본 적은 있지만, 1군은 처음이라 확실히 다르네요. 상상보다 훨씬 좋아요. 처음 느껴본 감정입니다”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서 그렇지 강민성은 퓨처스리그에서는 꽤 강타자다. 데뷔 2년차인 2020년과 군 제대 후 돌아온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2020년엔 12홈런으로 남부리그 홈런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1군만 올라오면 작아졌다. “1군에 올라오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압박감이 어깨를 눌러서인지 과감해지지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도 야구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옆에서 부모님이 저보다 저를 더 많이 믿어주셨어요. 그러니 제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탄탄한 몸을 가진 강민성은 스스로를 중장거리 타자라 규정했다. 수비도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단다. 그는 “저는 컨택은 그리 좋지 않지만, 장타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타자라고 생각합니다. 2루나 3루를 맡겨주시면 언제든 해낼 수 있어요. kt가 우승했던 2021년에 저는 군대에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거든요. 주전이 아니어도 좋으니 백업으로라도 팀에 기여해서 우승도 하고 우승반지도 받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경기는 1,2위 간의 맞대결이라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붐볐다. 강민성은 “프로 데뷔 후 이렇게 많은 취재진 앞에 선 게 처음이에요. 너무 영광입니다. 상상만 하던 날인데, 앞으론 이런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2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0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KT 강민성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0회말 2사 주자 1,2루에서 KT 강민성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를 빌어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자 강민성의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다. “지금까지 부모님도 힘들고, 저도 많이 힘들었는데 응원해주신 덕분에 오늘 같은 날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호강시켜드리고 싶어요”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팬분들께서 저를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라면서 응원해주세요. 팬분들 덕에 제가 이렇게 끝내기 안타를 치는 날도 오지 않았나 싶어요. 1군 엔트리에 있으면서 필요한 순간에 대타나 대수비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이강철 감독도 구단을 통해 “강민성이 퓨처스리그에서 준비를 잘했다. 절실함이 느껴진 타석으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축하한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