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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공정과효율] 감기에 외과적 수술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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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담합 반복 땐 기업 분할·사업 매각 검토
시장 근간 흔들 수 있어… 구조적 조치는 ‘최후수단’

지난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반복 담합 근절 방안을 발표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반복 기업에 대해 기업분할명령과 사업매각명령과 같은 구조적 조치(structural remedy)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담합 반복 기업에 대해서는 엄하게 제재해야 마땅하다. 제재 수준이 낮아 법 위반이 반복된다면 제재 수준을 높이는 처방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제재 수단이 수평기업분할(breakup)과 수직사업분리(divesture)와 같은 구조적 조치여야 하는지는 경쟁법의 이론과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 보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연세대대학원 겸임교수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연세대대학원 겸임교수

산업조직론의 기본은 ‘구조-행태-성과(Structure-Conduct-Performance)’ 패러다임이다. 시장구조로 인해 경쟁이 근본적으로 차단된다면 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기업 행태에 의해 경쟁이 제한되면 행태 시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담합은 시장구조의 문제가 아닌 기업 행태의 문제이므로 행태적 조치(behavioral remedy)로 접근해야 한다. 과징금 수준과 손해배상액 상향, 형벌 강화, 입찰 참가 제한제도 확대, 단체소송 도입, 준법시스템 도입 의무화, 담합 적발 확률 제고가 담합 유인 제거에 효과적이다. 기업을 강제로 쪼개거나 특정 사업을 매각하는 식의 강력한 처방은 시원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기업의 효율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수평기업분할과 수직사업분리 사례는 137년의 반독점법 집행 역사를 가진 미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실제 사례가 거의 없으며, 행정부가 아닌 법원 판결로 내린 조치로 담합에 대해서는 한 건도 없다. 구조적 조치는 독과점 남용에 대한 조치로는 가능하나, 담합과 같은 행태에 대한 조치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 수평기업분할 사례는 1911년 스탠더드오일 사건이다. 연방대법원은 석유산업을 지배하던 거대 독점기업을 여러 독립회사로 분할하도록 명령했다. 하나의 지배기업을 쪼개 경쟁자를 만들어 시장집중을 완화하려는 조치였다. 1982년 AT&T 분할도 유사하다. 장거리·지역 통신망을 지배하던 벨 시스템을 여러 지역전화회사로 분리해 독점 구조를 깨부수려고 했다.

수직사업분리 사례로는 1948년 파라마운트 사건이 있다. 영화 제작사가 배급망과 극장까지 지배하면서 경쟁 영화의 시장 접근을 어렵게 하자 연방대법원은 제작·배급 부문과 극장 소유를 분리하도록 했다. 경쟁자를 쪼개는 수평분할이 아니라 생산·유통·판매 단계의 수직적 고리를 끊어 경쟁을 회복하려는 조치였다.

경제이론이나 미국 판례에서 보듯이 구조적 조치는 담합에 대한 제재 수단이 아니라 독점력 남용 행위에 대한 조치임을 알 수 있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여 경쟁을 배제하는 행위가 있고, 구조적 조치 없이는 시장 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할 경우 내리는 매우 예외적이고 최후 수단이다.

구조적 조치는 경쟁법상 가장 강력한 외과수술이므로 유혹이 있을 수 있다.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자 할 때는 의미가 있지만 담합이라는 행태 위반 조치로는 적합하지 않다. 감기에 걸린 환자에게는 약을 처방하거나 주사를 놓아야지 외과적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 경쟁정책은 강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확해야 하는 이유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연세대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