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세계의 산업과 교통의 혁명을 이끄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건 20세기 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메이저 석유회사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다. 미국의 엑손·모빌·쉐브론·텍사코와 영국의 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프랑스의 토탈이 그들이다. 이후 여러 번의 인수합병을 거쳐서 엑손모빌(미국), 셰브론(미국), 코노코필립스(미국), BP plc(영국), 쉘 plc(영국), 토탈에너지스(프랑스)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서로 협정을 맺고 영토를 나누듯 석유를 주물렀다. 석유생산과 정제, 유통, 판매 등 석유 산업 전반을 장악했다. 각자의 생산량을 조절하다 보니 석유 가격은 이들의 손아귀에 좌우됐다. 자국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갔다. 이들의 독과점 횡포는 자원의 공정 분배를 저해하고 ‘들러리’로 전락한 산유국들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 직면했다.
거대 석유 자본의 횡포에 맞서 1960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5개국이 OPEC(오펙·석유수출국기구)을 창설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 당시 감산과 서방국 금수조치로 전 세계를 ‘오일쇼크’에 몰아넣으며 위상을 한껏 높였다. 오펙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산유국 중심이던 오펙은 2016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남미 산유국까지 끌어들여 비공식 협력체인 ‘OPEC+’까지 만들며 몸집을 키웠다.
압도적 생산량과 매장량을 앞세워 쿼터제를 통해 고유가를 유지하자는 사우디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산유국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국부 대부분이 석유인 산유국 입장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카타르(2019년), 에콰도르(2020년), 앙골라(2024년)가 오펙을 떠났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내달 1일 오펙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UAE는 오펙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하루 480만배럴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쿼터제’에 가로막혀 300만∼350만배럴 생산에 그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경제논리가 60년 넘게 이어온 석유카르텔을 흔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