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속 바오밥나무,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의 정원, 지중해 올리브 등등.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동엔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이 있다. 2020년 7월에 설립된 세종수목원은 기후 및 식생대별 수목유전자원의 보존과 자원화를 위해 국립수목원(1997년), 국립백두대간수목원(2017년)에 이은 세 번째 국립수목원이다. 최고 높이 32m에 총면적 약 9815㎡에 이르는 ‘사계절 전시 온실’은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했다.
알람브라궁전의 정원을 참고해 지은 ‘지중해 온실’에는 2200㎡ 규모에 식물 227종 1960본이 있다.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열대 식물을 볼 수 있는데 ‘공룡의 먹이’로 알려진 울레미소나무와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눈길을 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올리브 등이 지중해풍 조각 작품과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빚어낸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 국립세종수목원, 국립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 등을 운영·관리한다. 세종수목원을 비롯, 국내 수목원의 5월은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5월 1일부터 5일까지 징검다리 연휴 동안 수목원을 무료 개방하고 다양한 체험·전시·문화행사가 마련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숲과 정원을 배경으로 낮에는 체험과 학습을, 밤에는 문화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5월 야간개장 ‘우리 함께야(夜)’
세종수목원은 5월2일부터 10월31일까지 약 6개월간 야간개장 프로그램 ‘우리 함께야(夜)’를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야간개장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30분까지 진행된다. 여름철인 7월3일부터 8월1일까지는 일시 중단한다. 야간개장 문이 열리면 세종수목원 내 사계절전시온실과 한국전통정원, 축제마당, 이음정원 등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한국전통정원은 궁궐정원, 습지원, 야생화원, 민속식물원, 숲정원 등 옹골찬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600여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한국전통정원은 야간 관람 때 반드시 봐야 할 공간이다. 토요일에는 무료 한복 대여와 감성등을 대여해 돌아다닐 수 있다. 오후 7시에는 문화공연과 플리마켓 등이 장이 선다. 수목원 전체가 복합 문화공간이 된다.
국제생물다양성의 날(5월22일)을 앞두고 3일에는 특별 강연이 열린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세종수목원을 찾아 물리학 강연을 하고 이음정원에선 버스킹 등 문화공연이 관객을 기다린다. 19일부터 31일까지는 분재원에서 ‘정원식물 전시·품평회’를 연다.
◆자생식물원서에선 희귀·특산식물을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백두대간 중심인 강원 평창군 오대산 자락에 있다. 멸종위기 식물을 비롯해 희귀식물과 한국 고유의 특산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자생식물원이 1999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땐 민간이 운영했으나 2021년 산림청에 기부됐고 2024년 7월 국립자생식물원으로 새출발했다. 설립자는 최소 100년간 이곳을 식물원으로 운영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국내엔 수십곳에 이르는 식물원이 있으나 자생식물원은 외래종을 배제하고 오직 국내서 자생하는 식물로만 구성하고 있다. 식물원은 희귀식물원과 특산식물원, 100회마라톤공원, 동물이름식물원, 모둠정원, 비밀의화원, 비안의언덕으로 조성돼 있다.
자생식물원의 5월은 ‘꽃’이다. 15일부터 25일까지 우리나라 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을 주제로 한 ‘꽃 주간’이 마련된다. 꽃 주간에는 압화 전시, 꽃 액자 만들기 체험, 곤충표본 전시,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해설사에게 희귀·특산식물의 가치와 보전의 중요성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시드볼트’ 개방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보전 가치가 높은 식물자원과 전시원, 백두대간의 상징 동물인 백두산호랑이, 세계 최초의 야생 식물종자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를 보유하고 있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1400㎞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33%가 서식하고 있는 중요한 생태축이다. 이 중 특산식물 27%, 희귀식물 17%가 분포돼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봄 축제 ‘백두가봄’(5월 1∼5일)을 운영한다. 정문 광장에 15만본 규모의 튤립과 구근식물이 관람객을 먼저 맞이한다. ‘꽃말’을 주제로 꽃의 색과 형태에 담긴 의미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과 닮은 꽃을 찾아보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수목원 내 알파인하우스에서는 중앙아시아 자생 ‘원종튤립’이 공개된다.
봄철 짙은 향기와 아름다운 꽃으로 잘 알려진 수수꽃다리속 전시도 펼쳐진다. 5월 한 달간 라일락으로 친숙한 수수꽃다리속 43종 4000주 전시는 꽃과 향기의 매력으로 이끈다.
수목원정원관리원은 ‘시드볼트의 날’(5월30일)을 기념해 26일부터 27일까지 1박2일 일정의 가족캠프 ‘시드볼트 탐험대’를 진행한다. 평소 공개되지 않던 글로벌 시드볼트를 직접 견학하고 백두대간수목원 일대를 탐방하며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다. 신청은 선착순 50명 내외로 진행된다.
수목원정원관리원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함께 자연 속에서 머무르고 배우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아이들이 숲과 정원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생명의 가치와 생물다양성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상택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장 “수목원은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 지구 지키는 플랫폼 될 것”
“수목원과 정원은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문명입니다.”
심상택(58)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장은 30일 이같이 밝히며 “기후위기 시대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은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 이사장은 2024년 8월 취임 이후 1년7개월 동안 산림생물자원 보전과 정원문화 확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은 이젠 특별한 이슈가 아닌 전 세계적 난제가 됐다”며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격언이 지구를 살리는 말이 됐다”고 했다. 수목원·정원은 자연과 공존하는 플랫폼을 넘어 교육·문화·산업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게 심 이사장 지론이다. 그는 “단순히 조경 공간 기능만 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시민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기능뿐 아니라 교육·문화·산업의 장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 이사장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해 수목원과 정원의 경제적 가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아울러 ‘정원의 미래는 디지털 치유에 있다’고 보는 심 이사장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수목원과 정원을 접할 수 있어야 회복과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목원 등은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원, 또 실용적인 정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과의 상생은 새로운 비전이다. 수목원정원관리원은 지역 농가와 자생식물 계약재배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상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지역 농가와 함께 89만본의 자생식물을 생산했는데, 그 결과 지역 농가 소득은 전년 대비 28.5% 증가한 21억2000만원을 달성했다. 심 이사장은 “수목원과 정원이 단순한 공공시설을 넘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성과”라고 귀띔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진행한 ‘봉자(봉화-자생꽃) 페스티벌’은 지역 농가에서 직접 키운 꽃과 지역 예술인·소상공인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봉자 페스티벌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5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 피해지역 지원과 복원 활동 역시 지역상생의 연장선이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민관 협력을 통해 산불피해지 80㏊를 복원하고 11만6121본의 자생식물을 식재했다. 또 경북 안동 등 산불 피해지역 이재민 임시주택에 소규모 치유정원 55곳을 조성해 이재민들의 심리 회복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는 20개 기업과 4500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기부금 45억원도 확보했다.
심 이사장은 “복원사업은 단순한 식재를 넘어 지역 회복과 공동체 재건을 지원하는 공공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재난 이후 지역 회복 과정에 수목원·정원의 치유와 복원 기능을 적극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