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유명 코미디언 지미 키멀이 자신에 대한 해고 압박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이어갔다. 심지어 키멀은 “멜라니아가 곧 과부가 될 것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자신의 발언과 유사한 나이 관련 농담을 던진 트럼프가 “해고돼야 한다”고 풍자하기까지 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키멀은 전날 밤 ABC에서 방영된 자신의 토크쇼인 ‘지미 키멀 라이브!’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뼈 있는’ 농담을 연달아 던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찰스 3세 국왕에게 건넨 농담을 비틀어 비판한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 앞에서 자기 부모님의 63년에 걸친 결혼 생활을 언급한 뒤 자신의 부인 멜라니아를 향해 “우리는 꺾을 수 없을 기록이다. 자기야, 미안해”라고 말했다. 자신이 79세의 고령이라 24살 아래 멜라니아와 오랜 시간 결혼 생활을 보낼 수 없을 것이라는 농담이다.
키멀은 이를 두고 “잠깐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자기 죽음에 대해 농담했느냐”며 “세상에, 그는 해고돼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자기 나이에 대해 농담했다고 제 해고를 요구해놓고 바로 다음 날에 스스로 나이 농담을 할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키멀은 백악관 출입 기자단 만찬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연회장 상황을 가정한 패러디에서 “우리의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여기 와 있다. 너무 아름답다. 곧 과부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의 24살에 달하는 나이 차이를 부각하며 그들을 ‘고령의 부자 남편과 젊은 아내’로 풍자한 농담으로 방송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틀 뒤 실제 만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키멀은 ABC에 의해 당장 해고돼야 한다”고 요구하며 파문이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ABC에 대한 압박도 다시 시작됐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8일 ABC방송의 모회사인 디즈니를 상대로 다음 달 28일까지 면허 갱신 신청서를 내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는 당초 2028년 10월로 예정됐던 갱신 시점을 2년 넘게 앞당기는 것이다. 그러나 키멀은 이후 방송에서 만찬 참여자들이 겪은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는 하고 싶은 말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여러분도, 나도, 우리 모두 마찬가지”라고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키멀은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한 바 있다.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가 극우 성향 지지자에게 살해당한 뒤 마가 세력이 범인을 ‘좌파’라고 몰아붙인 것을 비꼰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해 ABC에 키멀 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것. 이후 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이 키멀의 발언과 같은 내용을 내보내면 방송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협박했고, 결국 ABC방송은 방송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키멀 퇴출 압력은 오히려 큰 반작용을 불러왔다. 방송 중단 이후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며 ABC는 일주일 만에 토크쇼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고, 키멀의 복귀 방송은 미 전역에서 600만명 이상이 시청하며 정규 방송 역사상 10년 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을 통해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키멀은 최근 ‘방송계의 퓰치쳐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버디상 측은 키멀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FCC 위원장의 압박으로 인해 방송이 무기한 중단되는 미국 TV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을 겪었다”며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꾸준한 비평가이자 신랄한 조롱을 선보여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