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그룹의 미래먹거리 전략에서부터 재무와 회계, 대외협력까지 관할했던 그룹 경영전략실 수장을 전격 해임했다. 그룹은 정용진 회장 중심 혁신 조직으로 재편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인선에 대해 최근 신세계그룹이 뛰어든 인공지능(AI) 사업과 관련한 의사결정 번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AI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픈AI에서 미국의 스타트업 AI기업인 리플렉션AI로 파트너를 바꾼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칼바람 부는 신세계 경영전략실
신세계그룹은 29일 경영전략실 전반에 걸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핵심은 임영록 경영전략실장(사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 해제다. 임 사장은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서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경영전략실을 내부적으로는 과감한 도전을 이끌고 외부적으로는 국내 유통 시장을 선도할 비전을 제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픈AI에서 리플렉션AI 전환에 이견
이번 경영전략실의 대대적인 인사개편에 신세계그룹이 야심 차게 뛰어든 AI 사업에 대한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신세계그룹은 오픈AI와의 협약을 발표한 지 11일 만에 이를 중단하고 리플렉션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AI사업을 두고 의사결정을 번복했다. 당초 오픈AI와의 협력은 경영전략실이 주도했는데, 리플렉션AI로 파트너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와 리플렉션AI는 그 성격이 다르다. 오픈AI와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신세계는 상품 검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쇼핑 전 과정이 챗GPT 내에서 이뤄지는 ‘제로 클릭 쇼핑’ 사업에 나서기로했다. ‘AI 쇼핑 에이전트’ 도입의 경우 오픈AI로서는 국내 상품 확보에서부터 배송을,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노리는 신세계로서는 새로운 사업창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신세계는 챗봇 사업을 진행하는 리플렉션AI와 손을 잡으며 오픈AI와의 협력을 중단했다. 핵심은 정 회장이 발 벗고 나선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이다. 이재명 정부의 주도로 진행 중인 국가주도 소버린AI는 국가와 정부가 자국의 데이터, 인프라, 인력,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외부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이 선제돼야한다.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와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이 소버린AI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신세계가 오픈AI와 결별한 이유는?
리플렉션 AI의 장점은 오픈 웨이트 AI모델로 사용자가 목적에 맞게 모델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다른 원인은 오픈AI자체에 있다. 미국 월마트는 오픈AI와 협력해 챗GPT 내 쇼핑 기능을 시험했지만, 지난달 이를 중단했다. 챗GPT 내에서의 결제 전환율이 높지 않은 것이 그 배경이다. 포털이나 이커머스를 통해 쇼핑이 익숙한 소비자들은 AI를 통한 물건 구매에 소극적이다.
여기에 리플렉션 AI는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의 기술적 도전에 맞서는 미국의 핵심 개방형 AI 연구소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 이번 리플렉션AI는 미국 정부가 자국의 AI 생태계를 동맹국에 확산하기 위해 마련한 AI 수출 프로그램의 첫 번째 기술 협력 사례다. 이에 양사의 MOU행사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하기도했다.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전날엔 부인 한지희씨의 데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에 트럼프 주니어가 약혼자 베티나 앤더슨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유통명가’ 신세계가 AI사업에 뛰어든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반도체 기업의 한 임원은 “우선 신세계가 AIDC나 클라우드사업에서 경험이 없다는 점이 걸린다”며 “국내 대표 IT기업들의 경우에도 반도체를 제외한 AI사업 자체만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드물어 향후 사업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AI와 손잡고 안정적으로 유통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벗어나 직접 AI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AX를 통한 업무 효율성을 넘어서 수치(수익)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